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총기사고를 보며



http://media.talkingpointsmemo.com/slideshow/connecticut-newtown-school-shooting/1-287703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코네티컷 총기사고 피해 어린이들을 추모한다는 사진.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feel ur pain as u would feel our pain...

어린이들은 죄가 없다. 그 어린이가 어디에 살든지.
미국정부가 직접 수행한 전쟁들, 혹은 미국정부가 몰래 지원하는 전쟁들, 혹은 미국 군수회사가 지원하는 전쟁들 덕에,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어 왔고 지금도 잃고 있다.

미국내에서 종종 일어나는 대형 총기참사는, 정부나 회사가 지은 죄악에 대한 응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이 남의 무고한 피를 흘리게 했기 때문에, 그들역시 무고한 피를 흘리게 되는.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기록] 망 김ㅇㅇ씨 유방암 산재인정





1. 망 김ㅇㅇ씨 유방암 산재인정관련 보도자료
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141


2. 공단의 결정요지
"유해물질의 노출을 정량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기용제, 방사선 노출이 인정되고,
노출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암 발병율이 높은 점,
해외사례에서 교대근무로 인한 유방암 발병율이 높다는 보고 등의 자료를 근거"


3. 코멘트
1) 정량화되기 힘든 경우 입증부족으로 내쳤던 과거와는 다름
2) 노출시기가 빠를수록 발병률이 높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인정한게 아닌가 싶음
3) '교대근무' 또는 (혹은 그리고) '야간근무'-> 면역력 약화-> 발병률 높다는 식의 논리구조를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인정.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20121210 대선후보토론회 주절주절


*토론평가

1. 이정희: 
-지난번과 같은 막무가내 어택은 없었음.
- 1차와는 달리 '박 어택'보다는 '삼성 어택'에 주력함. (사카린 밀수, 산재문제, 이재용 경여능력 등)
- 가장 진보적인 정책들을 던졌고 가장 강경한 발언들을 많이 함- 어차피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 당원들에게 어필할 목적
- 포인트: 박에게 '6억원' 증여세 납부문제나, 성북동 자택 증여세 냈는지 어택.

2. 문재인:
- 대기업의 골목상권침투저지, 의료정책설명 등에서의 세세한 각론 괜찮았음.
- 같은 컬러의 경제정책을 추구하는 이정희를 견제하면서 본인이 더 현실성있음을 어필하려 한 듯.
- 아울러 박근혜 정책은 이명박과 연장선에 있음을 부각하려고 애씀.
- 자유토론에서의 퍼포먼스가 의외로 괜찮았음.
- 포인트: 1) 카메라가 안 비춰질 때 코를 먹는 소리가 잡힘. 토론 전날이나 당일에는 일정조정이 필요할듯. 2) 질문이 다소 장황한 때가 있음.

3. 박근혜:
- 가장 어려운 분야일 수도 있는데, 의외로 선방. 지난번보다 대처능력이 좋아진듯. 근데 지난번에 안 봐서 사실 잘은 몰라..
- 상대방의 질문이 이해가 안 되면 다소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거나, 그것도 안 되면 참여정부를 깠음.
- 예를 들어, '양극화가 참여정부때부터 심해졌다'고 말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사실은 교묘히 감추고 감. 성공적인 전략.
- 포인트: 1) '지하경제 활성화' (단순한 말실수였으나 피식함..) 2) '솔선수범'을, 솔선을 수범한다고 말하지 않음 3)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또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4대 질환이 무엇인지 암기 성공. 4) 자기의 정책과 상대방의 정책의 교집합 부분을 마구 (셀프)비판함. 공공의료보장성 확대나, 기초노령연금 등.

*총평
지금 토론방식 너무 별로임. "기조발제-질문-답변"형식인데, 재답변이나 재재답변이 가능해야.. 자유토론을 강화하고 대신 사회자가 제재하는 방식이 더 나을듯. 자유토론이 제일 풍성했음..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2007년 대선에 이명박 후보를 찍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2007년 대선 저의 첫 투표, 저는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2살이었습니다. 신문은 스포츠면만 보거나 스포츠신문만 봤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습니다. 이명박을 찍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공통분모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영남사람이고, 고려대학교 동문이고, 기독교인이고. 샐러리맨 출신으로 현대건설 사장으로 성공하고 그룹도 잘 키워냈으니, ‘대운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를 잘 경영하리라, 그리고 그가 말하는 ‘법치’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개인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2005년 교회에서 제주도로 여름 수련회를 갔었습니다. 저는 중고등학생들의 교사자격으로 참가했었습니다. 순서 중에 각자의 ‘꿈’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도목사님의 권유아래, 저는 저의 꿈을 밝혔습니다. “성실히 일하는 보통사람들이 억울한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이러한 꿈을 학생들 앞에서 밝혔습니다. 그 대답은, 어떠한 역사인식이나 정치인식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에 제 나름대로 성경을 읽은 바탕아래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합쳐져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바로 그 ‘보통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어 빈곤층이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전기세와 난방비를 낼 수 없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다가, 할머니와 손자가 불에 타죽은 뉴스를 놀랍게도 올해 11월에 보았습니다. 아기가 맞아야 하는 각종 예방접종비용에 대한 국가예산이 삭감되었고, 보육예산도 삭감되었습니다. 생계곤란으로 인한 가족동반자살 소식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말에 따르면, 미국 대공황때 10만명당 20명이 자살했는데,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는 43.3명이 자살했다고 합니다.

경제정책은 있는 자들을 위한 방향으로만 설계되었습니다. 대형마트로 인하여 동네슈퍼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도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SSM같은 소규모 체인을 이용하여 골목까지 들어왔습니다. 뿐만아니라 대기업 총수의 아들, 손자, 며느리,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를 내세워서, 이웃사람들이 장사를 하는 골목골목까지 침투했습니다. 한 지체장애인 활동가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 시간에 불에 타죽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들었습니다. 2008년도에 있었던 종합부동산세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줄어든 지방재정수입이 각종 복지예산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유명한 4대강 사업도,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지방재정을 거덜내는데 일조하였습니다. 가계부채는 100조원을 넘어섰고, 중산층은 사라졌습니다.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교육정책도 무너졌습니다. 제 나이 또래들, 제 동생또래들의 죽음이 가슴 아팠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경쟁 교육정책을 가장 앞서 실현하던 대구시, 제 사랑하는 친척들과 동생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서, 끊이지 않는 중고등 학생들의 자살소식들, 2010년 상반기에 있었던 카이스트에서의 연쇄자살소식과 서남표 총장의 무책임한 태도. 국가로부터 천문학적인 재정보조를 받는 사학법인들은, 법인재산을 활용한 금융투자와 부동산 투자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저의 모교인 고려대학교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면서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공권력과 법질서는 이미 가진 자들의 ‘재산’과 ‘이익’과 ‘명예’를 보호하였을 뿐,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과, 그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2009년 유달리 추웠던 1월, 서울시 한복판인 용산에서는 상가세입자들이 불에 타죽었습니다. ‘미네르바’는 그가 쓴 수백 개의 글 중 2개의 허위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잡혀갔습니다. 고 장자연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신을 착취하였던 사람들을 고발하였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조차도 강력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3M, 콜트콜텍, 셀 수 없이 많은 파업현장에선 무자비한 진압만이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정권초기에 그야말로 인간사냥을 당하였고, 그 출입국 공무원의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하여 목숨을 잃거나 자살을 하는 비참한 일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지난 5년간의 수많은 처참했던 일들이, 2007년 제가 했던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나마 제가 할 수 있었던 작은 실천들을 하며, 지난 5년을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번대선에 투표할 것입니다.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고 그들만 잘 사는 이 나라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보통사람들, 그리고 약자들,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도, 다 같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나라를 직접 바꿀 힘과 능력은 전혀 없기 때문에, 투표라도 할 것입니다.

지지할 사람이 없어 투표를 포기하시겠다면, 그분의 생각 역시 존중합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본인을 ‘아주 조금이라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드는 후보에게,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20대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들을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투표를 하는 만큼, 기성 정치인들은 우리의 목소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투표를 하고 지지를 보내주어 그 사람이 “당선”되면, 우리는 그 사람이 밝힌 가치관과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해보신 다음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의 체제가 옳으므로 이 방향으로 국가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후보로는 “박근혜 후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후보로는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 두 명의 후보가 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제가 잘 모르므로 죄송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만약 제 글을 보시고, 투표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생기셨다면,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에게 한 표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삶의 궤적’을 그렸는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였느냐보다도, 어떠한 ‘실천’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는 것이 정확할 때도 있습니다. 

학생 문재인은 유신반대 시위하다가 강제징집당하여 특전사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군복무 이후에는 사법시험을 치르고 다시 반독재시위를 하던 중,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당시 조세분야에서 잘나가던 노무현 변호사를 감화시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한 것이 문재인 변호사입니다. 87년 민주화 항쟁에 앞장섰음은 물론, 민주화 이후의 수많은 정계입문 요구를 뿌리치고, 부산과 울산지역에 머무르며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사람들을 위해서 변론하고, 살아왔습니다. 주변사람들이 기억하는 변호사 문재인은, 어떤 의뢰인이 오더라도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인내심있게 얘기를 들어주었던, 마음이 넓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2003년 부터는 친구 노무현을 도와 참여정부에서 일을 하며,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 빠졌습니다. 문후보의 발음이 새고 침삼키는 소리가 유독 큰것은 그때 한 임플란트 때문이라고 합니다. 5년 동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있으면서 권력형 비리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사람 문재인은 힘없는 보통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그러나 그 과정중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소박하면서 강한 사람입니다.

문재인의 정책 중에서 제 마음에 드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와 “간병비에도 건강보험 적용”입니다. 가족 중에 중병을 앓는 환자가 있다면, 사보험에 가입을 하더라도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가족 중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간병인을 쓰고 일당 6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최근 이 공약을 둘러싸고 실현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적어도 보통사람들의 의료비 걱정에 대해서 아파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검찰 개혁을 비롯한 법제도개혁 부분의 정책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인터넷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갖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법이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글쟁이들에게만 강하고, 노동자에게만 유독 강하고, 상가세입자에게만 강하고 엄격한 법. 내곡동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약한 법, 절규 속에 죽어간 고 장자연 씨가 지목하였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서면조사로만 그쳤던 그 약하고 비겁한 법, 검찰내부비리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말랑말랑한 그 약하고 관대한 법.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변호사이자 노동변호사 출신인 문재인은 잘못된 법제도에 대한 개혁의지가 강함은 물론입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던 한승헌 변호사님, 김선수 변호사님과 같은 분들이 함께 하시기에 제대로 된 방향의 개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보통사람들이 ‘존엄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존엄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함에도 ‘비정규직’이라는 낙인하에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나라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글을 쓰면, 감옥에 가게 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따라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을 하여도 그것 자체가 범죄시되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굴욕과, 권력에 대한 복종이 강요되는 나라입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과 사실을 부정하고, 자존심을 팔고 살아야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제가 보는 문재인 후보는, 언제나 우리 보통사람들과 함께 해왔고, 학생시절이든 변호사가 되었든 공직자가 되었든 한결같이 그 보통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명박 정권하에서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왔는지를 보았기에, 이를 바꿔보고자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온 사람입니다.

예,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도 당장 세상이 좋게 바뀌거나, 당장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점진적 개혁의 길은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확신하는 것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의료비나 등록금 걱정은 지금보다 훨씬 덜 하게 되고, 보통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더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오리라는 것입니다.

2007년의 저는, 후보의 가치관과 공약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막연한 이미지와 각종 연고에 기대어 투표하였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후회하였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한 방'의 환상


한 방에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한방에 되는것처럼 보이는 일도 있지만,
그 결과를 위해서 짧게는 십수년동안 일해오고 싸워온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생각과 노력이 마치 한 방에 해결되는 것 처럼 보일뿐..

자칭타칭 엘리트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
'내가 나서면 되겠지'
스스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스스로를 도구화할 필요도 있다.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사용되는 부품정도로.
자신을 갉아먹지만 않는다면야!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면야.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티비광고 시작!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티비광고 시작!
감상문

1. 기호1번 ㅂㄱㅎ 
http://www.youtube.com/watch?v=F-MT-C2S3gU

2. 기호2번 문재인
http://www.youtube.com/watch?v=772gkM3PvTo

3. 기호3번 리정희..는 원래 안 나오는건지, 아직 안 나온건지.


방송과 방송사이에, 슥~ 지나가는 티비광고임을 염두에 둠...
즉 백토시청자처럼 초집중하는 사람들이 보는 광고가 아니라는거.
따라서 나도 이미지에 중점을 둠.

총평을 하자면 "흉터 vs 발바닥"

1.
ㅂㄱㅎ님
ㅂㄱㅎ님과 목소리가 비슷한 성우가 읽어서 마치 ㅂㄱㅎ님 께서 읽는 느낌.
국민이 나오는 신은 흑백, ㅂㄱㅎ 단독샷은 컬러처리 아니면 흑백...뭐지? 과거는 흑백 현재는 컬러?

고독하게 비오는 창밖을 응시하는...
촛불든 국민들 모습이 지나치게 정적이어서, 무서움. 두번 세번 그 장면을 다시 봤는데 조금 무서움.

흑백신 아니면 컬러여도 갈색톤(세피아?)

흉터신 조금 무서움.
진짜 상처인 줄 알았음.
깜짝 놀라서 정지시켜놓고 돌려보니까 상처에 반창고 붙인 것임을 깨달음.


2.
문재인
'내가 만일'이라는 친숙한 노래, 부른이는 '문소리'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장면, 문은 아직 자고 있는 장면.
연설준비하는 장면, 김여사가 코코아를 타주고, 다림질을 해주고, 가족사진이 진열된 장식장 등을 비춰주고, 무언가 분주한 아침의 느낌.

톤은 전반적으로 따뜻함.

여러 시리즈 물의 예고편 같은 느낌.
주목한 부분은 '발바닥'
남자든 여자든 발바닥을 보여주는 것은 드문일임.
엠티정도는 같이 가야 발바닥 봄.
성적코드가 짙음.
발바닥신만 여러번 봤는데, 각질이 별로 없음.

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강간죄 객체에 남성도 포함된다!


형법 등 개정안 요지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69495

약물치료대상-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에서 전연령으로.
성적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죄  도입 (이름이 뭐 이래..)
아청법상 성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형법상 성범죄 친고죄 폐지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1) 성폭력 범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꾼 것
2)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구강,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유사강간행위를 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

이 두 가지.
05년 신입생 때 조국 교수가 쓴 "형사법의 성편향"이라는 책을 보고,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글쓰기 말하기 강좌같은 수업에서 토론을 했었는데,
그때 아래의 주장들을 했었다. 물론 조국교수의 논지를 따라서..


===
성범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니라 신체의 염결성(sexual integrity?)라면(한국의 다수설은 나중에 보니 성적 자기결정권)

가) 부부강간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고,

나) 특히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만으로 한정 지을 이유도 없으며 남성도 강간죄의 객체로 보아야 한다! (부녀를 객체로 삼고,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보호법익을 정조 즉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가부장의 지배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 최협의의 폭행협박같은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성범죄의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필요도 없고 (상당수의 여성들이 긴장상태에 돌입하면 아예 말도 못하고 몸도 못 가누게 됨- 이럴 경우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외부적으로 없어도 수월하게 강간이 가능)

라) 강간행위의 태양도 굳이 성기삽입이니 이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고, 각종 유사성행위도 인정되어야 한다 (각종기구를 항문에 집어넣는 행위..라고 말하며 뭔가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즉 전반적으로 성범죄를 정조중심에서 신체의 염결성 보호(현재 용어로 성적 자기결정권 중심)으로 보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가

폭풍 까였었다.
===

감개무량하다.
뭐 내가 한 건 없지만.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2013년 세 가지 목표



인생에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 모른다.
그렇기에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쓰러지고야 만다.
잠시 쉬어갈 때도 필요하지만.


1. 정권교체가 되면, 로스쿨 학사관리 엄정화제도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바꾸는 데에 일조하기

: 이것이 달성되어야 로스쿨에서의 공익인권활동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인수위단계에서 차기 정권의 공약으로 넣을 수 있어야.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논의에 집중


3. 학내 시설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20121121 서울대 시설노동자 실태 및 법적검토 세미나 정리


안녕하세요, 2기 ---입니다.
오늘 세미나에 대한 후기를 간략히 남길까 합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린 것들을 공유하는 정도입니다.
발제 준비하신 --- --- --- 학우님 고생해주시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것저것 준비한 간사님들 덕분에
그리고 직접 와주신 함송자 어머니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1.
노동조건과 관련하여서는
가.
연차수당 위반하는 경우,
제110조 제1호에 따라서 1천만원이하 벌금 또는 2년이하의 징역.
나.
휴게시간/공간문제와 관련,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은 4시간 근로시 30분 이상, 8시간 근로시 1시간 이상 휴식을 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에서는 휴식시간은 자유로이 쓸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판례상으로 사용자가 휴식시간에 근로대기를 시키는 등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휴식시간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휴게시간 위반시 제110조 제1호에 따라 1천만원이하 벌금 또는 2년이하의 징역.
다.
휴가사용같은 경우는, 휴가를 사용할 경우 동료가 추가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못쉰다고 하는데,
이것은 좀 근본적인 문제같습니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긴 것도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너무 셉니다.
고용되는 숫자가 적으면, 노무관리가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강도는 올라가죠.
대신 월급은 더 받겠지만요.
임금을 조금 줄이는 대신, 사람을 한 명 더 고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대신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는 없을까, job sharing이랑은 무슨 관계일까 생각했습니다.


2.
부당해고와 관련하여서는,
현재 학내시설노동자들이 기간제 근로자인데,
사실 전혀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 이유가 없습니다.
애당초 단시간근로자나 기간제근로자는, 정규직을 쓸 수 없을 경우에 임시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기 때문에.
계약이 계속 반복갱신되는 상황 즉 사실상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은, 기간제법이 전혀 예정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3.
파견과 관련,
위의 논의가 모두 무색해지는데,
왜냐하면
서울대 시설노동자들은 형식상으로는 서울대에 직접 고용된 상태가 아니라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세미나에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파견사업주라는 자들은 실체가 없습니다.
유령회사죠. 물론 사실관계를 더 봐야겠지만요.
정상적인 경우라면- 서울대가 청소용역 관련하여 입찰을 붙이면, 용역업체들이 조건을 작성하여 제시를 하고 그 중에 한 사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일 것입니다.
서울대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파견업체가 더 전문성이 있고, 노하우와, 관리비용 절감, 경쟁을 통한 청소의 질 향상 등등의 효과때문이라고 아마 말을 하겠지요.
그런데 현실은-자세히는 모르지만, 입찰에 참가하는 용역업체들은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증거는, 업체는 바뀌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가장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서울대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효율성 등의 이유로 파견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한 파견조차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계속 업체들을 바꾸느냐면, 발표때 이미 다루었습니다만.
파견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파견법상 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파견계약을 맺고 2년 이상 노무를 제공하면,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채용할 의무가 생기죠.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 유령회사들이 입찰에 참가하여, 1년에 한 번씩 회사가 계속 바뀌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면하기 위해서 탈법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대 본부가 이 사실을 모를까요.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파견업체가 한 군데뿐이었다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가장 1차적인 책임자는 서울대 본부입니다.
파견법 제9조에 허가의 기준이 있는데, 입찰에 참가하는 파견업체들이 과연 제9조 제1항 및 제2항상의 기준을 채우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기준 미달시 허가취소사유죠.


4.
쓰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이러한 흐름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의 대대적인 국가기관/ 공기업 노조탄압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구체적인 연관관계는 제시할 수 없지만요.
전반적으로 노동에 있어서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민주적인 노조활동을 차단하려는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도 얼마전에 밝혀졌었지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이나 국무총리 산하기관들을 통해서.
서울대 총무과나 단대 과장들이 갑자기 사악해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 큰 흐름속에서, 민주노조가 파괴되고 어용노조가 들어서고,
파견업체도 1개에서 수십개로 늘어나고 하는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5.
전반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법률서비스가 굉장히 불균형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지점이었습니다.
법리가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닌 분야인데..
매번 기업과 반대편에 서서 생각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시쳇말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이죠.
그에 반해 노동자 쪽은 힘도 없고, 모여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1년마다 업체를 바꾼다든지, 노조법 위반이나 업무방해죄 등으로 방해를 받는다는 것.
사용자나 노동자 외의 노조활동가나 학생활동가, 법률가, 일반 국민/학생(?)들은 사실 제3자죠. 제3자들이 이 일을 얼마나 자기일처럼 생각하고 헌신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대의식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우리 주변에 있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면,
법률 구조legal aid의 차원을 넘어서, 보다 제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도적 해결방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법률 구조를 하면서 반복되는 문제의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을 찾아서 해소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6.
정리하자면 문제가 이렇게 꼬여버린 이유는 단순합니다.
서울대가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한 파견업체에서 2년 이상 동일한 사용사업주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면,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유령)회사들이 돌아가며 1년마다 서울대와 새로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대로인데.
그 다음 해결지점이, 어용노조의 실상을 알리고, 다시 제대로 된 민주노조를 세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임금을 비롯한 제반 노동환경들도 단체협약을 통하여서 조정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서울대가 이제 공법인이 되었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이나
파견업체 등에 관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면 정보공개법이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세미나 준비하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남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나의 뜻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권유가 컸다. 


어찌보면, 학부법대를 선택하게 된 것에도 그리 깊은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외무고시를 볼까 했었는데 그러려면 법대가 좋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여기에도 아버지의 권유.


솔직히 말하면 법대오기전에는 판사랑 검사도 제대로 구분못했고,
서울대 로스쿨에 오기 전까지는 로펌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6대로펌은 당연히 모르고) 변호사가 뭔지도 몰랐다. 

사법시험이 뭔지도 몰랐고..



그렇지만, 직업으로서의 변호사가 매력적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번 있었다.


1.
최초의 계기는, 법무법인 태평양 설립자인 "김인섭"변호사의 신입생 특강때였던 것 같다.
의사나 법조인은, 국가의 기초적인 기능수행을 돕는 '준'공무원의 신분이므로, 국가가 자격관리를 하는 것이고, 같은 이유로 영리를 추구보다는 국가전체를 봐야 하는 직업이라고.
공무원도 아닌데 공적이라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2. 
두 번째 계기는, 역시나 영화 "필라델피아"
톰행크스보단 덴젤워싱턴이 훨 매력적이었다.
되는거 안되는거 뭐든지 소송하는 변호사. 
이 영화는 최소한 네 번은 봤는데
첫번째 두번째 봤을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봤고
세번째 봤을때부터는, 아, 형식적으로는 능력부족을 해고사유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에이즈를 사유로 한 해고라고 본다면, 그것은 정당한 이유없는 차별이 되어서 부당해고구나..라는 것을 생각했다.

매력적이지않은가? 헌법이라니. 그 헌법이 해고를 부당한 것으로 규정짓다니.


3.
세 번째 계기는, 사시를 접은 08년 말부터, 고려대 국제공익법률상담소에서 박경신 교수님과 함께 일했던 시기였다. 
사시공부할때만 해도, '변호사는 걍 돈버는 애들, 검사는 권력에 빌붙는 놈들, 판사는 내 적성이 아니야!' 정도로 생각이 얕았는데... 참 얕았다..

변호사가, 그냥 돈만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헌법속에서 움직이며 때론 헌법도 넓혀가며, 때로는 돈도 벌며, 때론 집회도 나가고 일인 시위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고, 배웠다.

집회나가서 짱돌 드는 사람이 있는거고,
법정에 나가서 두뇌와 혓바닥과 펜대로 싸우는 사람이 있는거지.

아 그렇구나. 


4.
이 길에 들어선 것이 후회스러웠다. 지금도 크게 자랑스럽거나 만족스럽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남의 중요한 일을 맡아서, 승리를 담보해주어야 하는 것은 엄청난 심적 부담을 안겨준다. 

법조직역은, 의사도 마찬가지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대로 중인들이 해왔다. 판사 말고. 법조직역.

적성에 그닥 맞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의 미약한 지능과 이해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보람을 준다. 정말로 나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데, 좋은 부모를 만나 적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남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다니?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랍고, 두려울 따름이다.



5.
결정적으로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이 세상의 많은 부조리들, 사실 정말 별것도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있다면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일들로부터 비롯됨을 보았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겐 정말 불편하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원스탑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나처럼 머리가 좀 떨어져도,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하면, 그런 더러운 꼴을 갈아 엎을 수 있는 직업이, 법조인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왔기에, 크게 출세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없고, 판검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미약한 능력을 쓸 수 있는 곳에 열심히 쓰는 것만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자고.



윤여준의 "대통령의 자격"도 같이 샀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로 폭식을 하는데,
아주 가끔씩은, 책을 폭풍구매하고 읽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다. 정말 아주 가끔.
7.
오늘 다시 한 번 머리가 띵해졌다.
공부스트레스로, 서점에 가서 책을 보았는데, "그남자 문재인"
변호사 문재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문변에게 어떤 누가 와도,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었음'을 기억한다. 공통적으로.

나처럼 멍청해서 얘기를 듣고 또듣고 이해못해서 또듣고 하는게 아니라.. -_-...
사실 변호사들은 그런 말을 종종 한다. '악성 민원인'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변호사 사무실마다 돌아다니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 
해고 노동자. 돈 없는 사람. 수감자. 그런 사람들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고 억울할까.

그러나 전문가가 되면, 말을 잘 끊고, 듣고 싶은 말, 필요한 말만 요구한다. 그게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 그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이러한 마음가짐은, 내가 법조인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계기와도 맞닿아있다.

내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가짐.



8.
다시 초심을 찾는다.
어떤것도 바라지 않고 이 길에 들어섰다. 
나의 마음은, 오아시스 없는 황무지와도 같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그리고 법조인이 된 후의 하루 하루를 보람되게 살아가고자한다.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초심이었고, 또 마지막 마음이 되길 바란다.

다이어리에 쓴 2012년 목표가 '남의 말을 끊지 말자'였다
.
친구들 말도 이렇게 잘 끊는데, 앞으로 의뢰인 말은 얼마나 잘 끊게 될까. 
그러지 말자. 
누구의 말이든 잘 들어주자.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전진

삶은 부조리하고 불공평하고 냉혹하다.
내 안에 있는 허무함과 슬픔, 두려움과 공허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이미 찾았다.
그것은 내가 갖고 있는 미약한 능력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사는 것일 뿐이다.
나의 허무함과 슬픔은, 나 스스로는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떠한 권위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권위에 안기면 나는 그 속에서 편안하지만, 동시에 부자유스럽다.

그렇기에 나는 나처럼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과 공명共鳴할 때, 그들이 나에게 공명해줄 때 더할 수 없는 안식을 받는다.
어딘가에서 오는 명령이 아니라 우리들만의 공명.
부조리한 세상속에서 위계를 찾아내는 권위가 아니라, 부조리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자체로 사랑해주는 공명.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전진.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불완전과 공감

<기록>

나는 쇠락해가는 것들에 공감을 느끼고 마음아파한다.
가장 약한고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들의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것에는 이성적이고 종교적인 이유가 있지만, 나라는 인간의 인격의 형성이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토대는 여러가지 유년시절들의 기억과 경험들,
그리고 예수그리스도의 박애정신, 그리고 얕은 독서들로 채워진 것 같다.

나는 감정의 표현에 비교적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권위에 의존적이고, 특히 권위있는 타인의 관심과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었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성장의 과정중에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뼈저리게 경험해보고, 권위있는 누군가가 나의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수험생활을 겪으며, 나의 인격 중 약하고 어두운 면이 유독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이 현재 자기 연민에 빠져있음을 깨닫고, 스스로의 굴속으로만 파고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마음아픈 것들에 대해서, 그때그때 주변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고, 무언가를 하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것이 내가 그들을 위로하는 방법이고, 그것은 그들이나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 것을 바라는 의도는 아니다. 우리중에 약한 자도 어차피 나이기 때문이고 내가 바로 그 약한자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얼마남지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감수성들을 억누르고, 차가운 마음으로 살아가야하기에, 사람들을 더욱 멀리하게되고 더욱 부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니고, 마음상태도 이래저리 온전하지 않다.


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학벌블라인드제에 대한 논의를 보고


처음에는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몇분들의 가르침을 통해, 교육이 왜곡된 것은 결국 시장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장에서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니 결국은 노동이 문제임을 포착했다.

교육에서 노동까지, 어쩌면 너무 멀리 온 것 같지만,
국공립대네트워크나 학벌블라인드제를 둘러싼 대학생들의 논의를 살짝 지켜보면(짜증나서 길게는 못 봄)
모든게 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동기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전반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장단점이 있을지를 형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는 기득권에 어떠한 영향이 올 것인지를 생각한다. 

명문대생에게 지성인의 칭호를 박탈해야 한다.
그들을 지성인이라고 불러선 아니 된다.

교육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라나고 적당한 머리를 가졌기에,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입학에 성공한, 그런 인간일 뿐이다.

제도 자체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이유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제도가 지금 당장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온오프에서 가끔씩 접하는 의견들을 들으면 깊은 실망감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엔 사회의 보상체계가 획일화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그럼 그것을 바꾸는 노력은 누가 해야하는가.
개혁의 전제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전제조건은 누가 언제 어떻게 달성시킬 수 있을까?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몸과 구조 Body and Structure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일순간만 보면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
변화의 결을 읽어내고 그 결을 타고 가야 한다.

몸도 변한다. 마냥 그대로는 없다. 살이 찌거나 빠지거나. 몸무게가 그대로라는 것은 그만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배출을 한다는 소리이다. 신진대사가 원활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에 그대로인 것이다.



살이 찌는 흐름은 타기 쉽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몸이 점차로 무거워진다.
몸이 무거워지면 덜 움직이게 된다.
마음이 귀찮아서 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 몸이 힘들기때문에 마음이 귀찮아지는 것이다.

몸에 지방이 쌓이고 근육이 줄어든다.
근육은 지방에 비하여 소모하는 에너지량이 많다.
근육이 줄어들면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량도 더 줄어든다.




살이 빠지는 흐름은, 살이 찌는 흐름과 정반대로 타면 된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많이 움직이면 된다.
몸이 점차로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지면 더 움직이기에 쉬워진다.

마음이 부지런해서 더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때 몸에 힘이 덜 들기 때문에 더 부지런을 떨게 되는 것이다.

지방이 줄어들고 근육량이 늘어난다.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더 늘어난다. 살이 덜 찌게 된다.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계획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어떠한 흐름속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서서히 그 흐름을 타면 된다.

흐름을 타야 한다.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진보의 앞길을 잠시 생각해봄- "한국의 진보" 3부작을 보고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2005년도에 방영한 "한국의 진보" 3부작.

한국의 진보 1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http://youtu.be/TBtty4-BAdw 
한국의 진보 2부.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http://
한국의 진보 3부. 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http://youtu.be/l5c_pBam_Mw 

이런 기획이 나올 수 있다니 역시 방송의 자유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주로 진보 중에서도 PD계열의 운동사를 짚고 있습니다. 학생운동보다는 노동운동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간에 주사파 이야기도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인민노련(인천민주주의노동자연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그들은 주사파 노선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하여 '진보는 알고보니 모두 종북이었나?'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상입니다.
아울러 이 영상을 보면 진보정치운동의 대략적인 흐름은 파악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부는 주로 '학출' 학생출신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에 대해서 다룹니다.
사실 위장 취업이 아니죠. 실제로 취업을 해서 일을 열심히 하고, 노동운동도 한 것이기 때문에. 단지 신분을 속였을 뿐. 2, 3부는 인민노련의 급부상과 한국노동당, 민주노동당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소개합니다.

정리하면,
1.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은 80년 광주에서 출발.

2. 군부독재를 타도하기 위해서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동현장을 주목하기 시작함.

3. 대학생이 노동현장에 취업.

4.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투쟁의 불길이 거세짐.

5. 동구권 몰락과 함께 운동권 사분오열.

6-1. 학출들 중 상당수는 학교로 돌아가거나, 제도정치로 들어감.
6-2. 노동자들은 돌아갈 곳이 없음.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을 못하게 됨.
6-3. 학출들 중 일부는 현장에 머물러 있거나, 노동자정당 건설운동을 계속 하여 민주노동당을 창당함. 노동자 출신 중 극소수는 다른 형태의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됨.

7. 노동자정당 건설은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던 것이었음. 96년 노동법 날치기 사건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정당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깨달음.

04년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 의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c) 참세상














이 방송은 나름 여러가지 관점에서 그 시대를 재조명합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그때까지 목소리가 묻혀져왔던 노동자들이, 그 시대와 386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부분이지요. 그들은 떠날 곳이 있었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고.
또 하나의 그룹은, 김문수/원희룡/신지호와 같은, 이른바 전향자들. 특히 신지호는 아주 귀엽습니다- 대개 뉴라이트들은 nl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신지호는 pd출신
다른 하나의 그룹은, 주대환/심상정/노회찬 등의 진보정당건설파.
(등장하지 않은 진보그룹은 주사파 출신의 활동가들)


방송은 3번째 그룹을(주대환 등)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들의 정치행보는 여전히 진행중이지요. 노회찬/심상정은 통합진보당에 있고, 주대환 씨는 검색해보니 최근 손학규 후보의 대선캠프에 들어갔더군요.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혁명을 하든 운동을 하든 중도계층의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혁명가 본인도 행복하고, 대중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혁명에 대한 기대를 걸고 87년 7.8.9.대투쟁과 그 이후 92년까지의 투쟁이 있었지만, 단시간내에 변화는 없었고 그로 인하여 황폐화된 개인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인상적인 자기고백은: 6월 항쟁 이후에는 더 이상 시민들은 운동권을 좋게만 보지는 않았고, 이상한 말투와 이상한 옷차림의 우리들은 외면받았다는...


중도층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중도층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나가는 운동방향은 무엇일지,
이상과 이념만이 앞서는 운동이 아닌, 현실의 제반사정을 함께 고려하며 나가는 운동이 무엇일지에 대하여 언제나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학출'선배들과, '인민노련'의 노동자들에 대하여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85년 구로동맹파업. c) 구로동맹파업20주년기엄사업추진위

2012년 7월 9일 월요일

못난이들끼리는 돕고 살아야 한다: 화차 리뷰

-영화 "화차"(변영주 감독, 2012년 작)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1. 노래


YB의 "나는 나비"의 가사 일부분.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영화 국가대표의 OST였던 "버터플라이"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수 있게 날아 저 멀리"




2. 무한도전: "타인의 삶" 특집


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것 같다.

평범한 남자아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법한,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
무한도전의 타인의 삶 기획은, "하루 쯤은 자기가 정말 바랬던 삶으로 살아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욕망을 담아낸 기획으로 봤다.

의사로 된 박명수가 스트레스 받는 모습보다는,
천진난만한 정준하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사실 정말 박명수가 의사가 되고싶었는지는 의심스러웠지만, 정준하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3. "화차"에서 느낀점



누구라면 꿈꿀법한 삶.
적당히 넓은 크기의 집에, 사랑하는 남녀, 안정된 직장, 외모도 둘 다 준수하다.

하지만 여자의 과거 중 대부분은 남자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차있다.

어떤 부모를 만날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 아버지가 사채를 썼다. 아버지는 잠적하고, 어머니는 그들에게 살해당했다. 사채로 인해 남편 집이 박살이 나고, 이혼당했다. 그리고 자기는 사창가로 팔려간다.

이 모든 과정은 비극적이지만 현실에서 있을법하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은, 그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는 부분에 있다.
사실 대부분의 과정들에서 그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그녀의 운명을 도울만큼 바꿔주지는 못한다.

주인공 남자 역시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그녀를 구원해주지 못한다.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난 이후에는 매몰차게 버릴 뿐이다. 매몰차다기 보다는 찌질함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모습에 가깝다.

그녀가 단지 그녀라는 이유만으로 도와줬던 사람은 수녀원 언니 뿐이었다.




4.
불편한 진실이지만, 누군가는 나비가 될 기회조차도 가져보지 못하고 애벌레상태에서 짓밟혀버리고야 만다.
달리기로치자면, 출발선에 서볼 기회조차 가지 못하고 삶이 박살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완전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혹은 출발선에 서더라도 '완전히 공정한 조건'같은 것은 애당초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사회에서 더더욱 "스포츠" 광고에 매달리고, 그 중에서도 '인간승리'의 사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완벽하게 부모를 잘 만나는 것 (상대적으로 가장 훌륭한 부모를 만나는 것) 그들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이 지금까지 인간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을 좌지우지해왔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간을 외피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 보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길 뿐이다.





5.
인간사회가 이러한 모습이라면, 동물의 왕국과 다를바가 무엇일까?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를 일거에 바꾸는 방법은 있을까?
세상에 한꺼번에 무언가가 바뀌는 것은 없다.
혁명은, 총체적 모순상황에 대한 변혁에 대한 은유라고 받아들여도 좋다.
무력혁명은 그 결과의 선명성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는 것 같지만, 실제로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무엇이 되었든,
지금 굴러가는 이 사회는 무언가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나의 옆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죽어감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태일이 말했던, '너는 또다른 나'라는 말은 사실상 앞서 말한 정신과 같은 내용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도 같은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인 비유에 따르면, 나는 병든자/아픈자의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한다) 
전태일은 결코 본인이 배가 고파서 죽은 것이 아니라, 본인은 먹고살만한 지위에 있음에도 평화시장에서 죽어가는 그녀들을 생각했다.

단순히 한 명의 위대한 결단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단지 종교적 숭배에 그칠 뿐이다.
그보다는, 정말로 현실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누군가의 전태일이, 사마리아인이 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 무관심 속에 죽고야 말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고 살 것인지, 외면하고 살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의 영역 즉 매트릭스에서 파란약을 먹느냐 빨간약을 먹느냐의 차이이다. 어떤 알약을 먹고 살지에 대한 선택은 사실 아주 쉬운 일인것처럼 어떤 관점으로 사느냐도 어떤 면에서는 본인이 쉽게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파란약(현실외면)이냐 빨간약(현실직시)이냐.


"착한 사마리아인" - 페르디낭 호들러 (1884)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기록: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에 대한 짧은 생각 (2012년 인권법학회 세미나 후기)

오랜만에 세미나하니 재미졌음..이번학기 컨셉답게 치열한 토론..
현장과, 사무실과, 법정사이의 균형/ 그리고 사회이론과 실천과 규범을 통한 변혁 사이에서의 균형.

못다한 얘기들...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 아니면 활동가? 그도 아니면 그냥 법률가? 여러가지 고민들이 많겠지만, 비싼돈 들여서 로스쿨에 온 이상, 분명히 법률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영역이 있듯이, 법률가도 마찬가지라는 점. 

물론 법률가가 하는 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변혁의 주체가 아니라, 이질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일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혁을 생각하는 법률가라면, 단순히 '법률 구조legal aid'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되풀이 되는 원인과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 까지 고민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은 활자로된 닫혀있는 규범이 아니라 해석가능성이 열려있는 규범입니다. 헌법 조문, 현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태도, 그리고 교과서에 쓰여져있는 내용을 일단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어떻게 더 넓게 혹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헌법의 틀 내에서의 사고'란, 지금까지 나온 헌법학의 논의안에서만 사고하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정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역동적으로 살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의 언어를 어떻게 헌법의 언어 안으로 녹여내서,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지를 고민해봐야하는 것입니다. 

제도 안에서 활용되는 도구와 개념들을 다루는데 익숙해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제도의 한계와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운동을 지향하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중앙에서의 논의를 모두 알고 여기에 참여하고 중앙싸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또 제도밖의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합니다. 중앙싸움에서

도 승리하면서 그 이상도 보아야 합니다.


=====
2012년 세미나 직후에 내가 썼던 글인데, 다시 내가 읽어 보고 감동받았다. 아 정말 난 감동적이다..


아울러 호모레지스탕스 서문 (박경신)


"이 책의 주인공은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이 부당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저항기를 담았다. 땀내 절은 그들의 삶은 고단한 만큼 고상하다. 성실한 노동자로서 밥벌이를 놓지 않으려 분투하는, 박탈당한 시민적 기본권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 정치적 인간으로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그들의 삶이 고상하다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두고 높고 낮음을 말해야 하는가...(중략)...팍팍해서 만만한 세상살이가 경외로워지는 시점은, 약동하는 생명에게서 경외를 느끼게 되는 시점은 불편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떠맡을 때라는 것을."


===

사실 호모레지스탕스 책에 담긴 사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대부분 학생이 책을 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때문에 그 민망한 감정이 앞서서 그 이상의 이야기는 못하게 된다.
주로 내가 책의 저자로 참여한 것은 나의 능력과 무관하다는 시답잖은 얘기만 하고 끝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사람들은 추가질문을 하는 등으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이었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그런데, 호모레지스탕스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결국, 팍팍하고 힘든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올바르고 상식적인 것을 찾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의 기록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그 승리는 제도적인 변화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대담론(?)에서 보자면 별다른 변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법이 무기력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은,
내가 단 한명의 삶이라도 나의 도움으로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내가 신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나누어질 수 있다는 사실, 나에게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실제로 나누어져서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될 때, 가장 큰 삶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들이 퍼져나간다면 세상은 바뀔꺼라고 믿는다.

기록: 2012년 5월 24일 영등포 성문밖 교회 방문

작년에 학회지에 "도로위의 노동자들" 이라는 주제로 글을 투고 했었습니다. 


민주노총 퀵서비스노조와,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 그리고 비정규직차별철폐연대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지난 4월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에 최초로 전국대리운동조합이 창설되고, 초대 위원장으로 대구노조에서 자료를 보내주셨던 박원철 씨가 위원장이 되셨다고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대리운전노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공익과 인권을 전달해드리고 왔습니다. 사진은, 오늘 제가 방문했었던 성문밖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기독교 사적 제8호로 지정한 유서깊은 교회더군요. 

비석의 글귀는, 기독교인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합니다.


(노동선교라는 개념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던 날)


결산: 한학기 혹은 지난 2년 반


결산.
이번 학기에는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하나는, 인권법학회 세미나를 마치고 장터에서 막걸리를 마셨을 때.
그때, 학생으로서 축제와 잠깐의 여유를 찾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이 다가왔다.
이제 막 학회에 들어온 4기들과, 2학년이 되어 이제는 로스쿨생같아진 3기생들사이에서,
1년만에 갑자기 나이가 많은 축이 되어버린 나의 위치를 찾는 것도 약간은 어색하고 졸업반이 되었다는 사실이 생소했다.


두번째는, 이윤정 씨의 죽음.
사람의 죽음을 내가 막을 수는 없지만, 못내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웠다.
1) 작년 11월쯤에 산소통 멤버들과 윤정씨를 병문안 가자는 말이 있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가지 못햇는데, 그때 다같이 갔었어야 했다.
2) 소송이 진행중인 원고였는데 재판기일에 제대로 심리가 이뤄진 적이 없다. 클리닉에 정신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소송에 있어서 보다 주도적으로 변론속개를 요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삼성 산재사건의 변론을 맡고 계시는 김칠준 변호사님)


세번째는 아마도 지속적인 기억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지만,
산소통 클리닉의 중흥기(?)를 맞이하였고 여기서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우선은, 반올림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우발적이었다.
2-30대의 무수한 죽음들을 목도할 수 없었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수습을 지원한 것이었다.

다만 그곳에 가서 보니, 지금까지 지켜봤던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생들을 조직하여 관련사업을 진행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여러가지 사정들을 거치면서 학교내 공식기구처럼 되었지만.

이 일을 하기 이전에도 좌파적인 마인드가 있었고 또한 나 스스로도 좌파라고 규정짓지만, 좌파이론의 공부를 심도있게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좌파적인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 그것을 어제 MT때 이야기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는 것과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과거에는 양모산업이 이랬을 것이고, 중공업이, 자동차가, 중화학이 그랬고, 현재는 전자산업이 이런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첨단산업에서의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들, 혹은 그 이상의 근본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거시적인 관점을 떠나서,
나는 지금 당장 그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의미있는 부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다행인 것은 별 생각없이 시작했던 일들이 꼬리를 물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로 인하여 여기에 참여하는 학우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불과 1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이 문제가 곪을대로 곪은 문제라는 것이겠지.
참 지금은 홀가분하고 기쁘다. 학회장이 끝났을때만큼 홀가분한 기분.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 광야





결국 2년 반의 삶을 돌아보면,
첫 1년은 거의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고, 2008-2010년 인생 최악의 시기의 마지막을 겪으며 바닥 중에서도 바닥을 쳤던 시기,
그 다음 1년은 학회장으로서의 한학기와 산소통 사업을 세우는 과정으로의 한 학기,
그 다음 한학기 역시 정민과 함께 산소통의 자리를 잡아가는 한 학기였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순간순간의 결단이 나중에 보면 크게 삶을 바꿔놓는다.
그 순간순간의 결단은 결국 평소에 길러졌던 생각이나 감수성에서 기초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냐보다는, 자기가 했던 그 순간의 선택들을 믿고, 굳건히 자기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는 말을, 재원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순간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도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로스쿨에서 '최소한의 공부로' 살아남기


(출처: http://hook.hani.co.kr/archives/11262)
사진은,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제목의 미드 -_- 제목참.. 일본이 번역한 것을 아마 직역한듯.
원제는 the paper chase... 한국말로 학점경쟁.. 주제가는 1st year - 1학년..-_- 참...거시기..
가끔씩 집에 가면 주말 밤에 "대학방송"이라는 채널에서 틀어주면 잼께 보는데, 미국애들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그러나 뭔가 생산적으로 공부하는 것 같아서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미드....



미국 롸스쿨 식의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사고의 발달, 그것을 통한 법의 학습...같은 것은 일단 한국 로스쿨에는 없다!!



1.
그때그때의 감상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매사에 철저하고 정돈되게 살 필욘 없지요. 그냥 최근 들었던 생각들을 모아서, 오늘 한꺼번에 기록하려고 함.
주제는 로스쿨에서의 공부와 생활.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하지만, 승자만이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저 역시 로스쿨생활의 승자(?)는 아니지만 그냥 평범한 오히려 게으른 로스쿨생 중의 한명으로서 나름의 생존법을 기록합니다.


제가 한 방법은 ㅇ
하지 못한 방법은 x라고 표시하겠습니다.
이하는 추천하는 공부법 및 생활패턴



2. 공부

가.
학교에서 판매하는 혹은 학생회에서 판매하는 "사법연수원"교재는 가급적 사서 볼것을 권유. 이해가 안되더라도 1독씩은 해두면 좋음.
X

나.
방학때 하는 "사법연수원"에서의 강의 (요건사실론 등)은 가급적 가서 듣는 것이 좋음. 왜냐하면 실무에서 어떻게 법을 다루고, 법문장을 쓰는지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X

다.
학교 수업을 통해서 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음.
차라리 예습이든 복습이든 관련 동영상강의(이왕이면 변호사시험 대비)를 듣는 것이 좋을것. 이제는 많이 있을 것임 예전에는 사시강의 뿐이었음.
X

라.
스터디가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음. 주변에서 보면 진도를 따라가기가 부담이 되서 미리 진도를 정해두고, 해당부분의 중요내용 및 판례를 요약하여 설명해주는 것 같은데, 법은 혼자 공부해야 머리속에 잘 들어옴.
다만 모르는 것을 서로 물어볼 수 있는 관계 및 같이 밥먹는 친구들은 당연히 필요.
스터디 X

마.
판례공부는 매우 중요함. 교과서에서 아무리 판례를 비판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는 결국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쓸 수 밖에 없음.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임.
그리고 그렇게 문제가 되는 판례라면 실무나 변호사시험에서도 전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음. 따라서 중요한 판례의 태도를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함. 정말 매우 중요.
판례는 원문을 다 볼 필요는 없고, "판시사항"이랑 "판결요지"만 출력해서 봐도 충분함. (다만판결요지만 봐선 너무 짧아서 이해할 수 없을 경우에는 판결이유까지 같이 봐야함)
X

바.
교수님의 교과서는 시험에만 보면 됨.
방학때에는 수험서로 해당학기에 진도가 나갔던 부분을 복습해보는 것이 좋음. 많은 사람들이 수험서를 보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
수험서를 보면 이해가 잘 된다기 보다는, 복합적으로 그리고 다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수험서란 지원림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안, 워크북, 맥 같은거)
X

사.
민법의 경우, 회독수를 늘리는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음.
민법사례를 풀려면 한 부분만 알아서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보는 것이 중요함. 그러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든지 중복되어서 나오는 부분이 있음. 그 부분만 잘 이해하면 됨. 나머지 부분은 보고 까먹더라도 어쩔 수 없음. 변시때 보면 다 기억남.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에서 나오는 부분을 (주관적인) 순서대로 쓰면>
법률행위 해석(자연적 해석과 규범적 해석이 쓰이는 경우; 꼭 법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법문제를 해석할 때에는 규범적 해석의 관점에서 봐야 함), 
손해배상(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구별),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기산점),
상계,
채무불이행에서 이행지체책임(지연손해는 언제부터? 계약해제는 언제 가능? 등등)
108조 2항 통정허위표시와 선의의 제3자 보호(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하므로..^^)
착오 취소의 문제 (중요한 부분에서의 착오-표의자가 입증책임,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함-상대방이 중대한 과실 있음을 입증해야 함)
구상권의 행사 (주로 연대보증인 사이에 문제됨. 아니면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서)
103조 반사회질서 (어느 경우에 103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행정법규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본다면 103조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법상 계약은 유효하고, 효력규정으로 본다면 10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봄)
법정지상권이 언제 성립하는지
담보물권이 실행불능이 되었을 때 물상대위를 언제할 수 있는지
변제자대위와 제3자에 의한 변제 (어느 경우에 제3자가 변제가 가능한지 즉 변제할 법률상 정당한 이득이 있는지가 결국 문제가 됨)

써놓고 보니 계약법1이 많음... 사실 계약법 1만 잘 알면 됨. 그게 기본이고, 그부분을 잘 이해해서 법적인 사고가 길러지면 나머지부분은..


아.
헌법은, 교과서상의 논의가 문제를 품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음. 중구난방이기 때문.
오히려 해당부분의 판례를 열심히 보거나(로스쿨 교재)
그것보다는 사실 정회철 판례200을 보는 것을 추천 여유가 있다면 정회철 판례교재를 보는 것이 좋음.
헌법판례는 그 내용을 암기하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판례를 정독하는게 더 이해가 잘 됨.

정회철 교재를 추천하는 이유는,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부터 본안판단까지 고루 있기 때문. 특히 판례200은 다수의견만 모아놓음.

헌법은 적법요건부분을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 변호사시험 기출을 보아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함.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미발달된 법분야일수록, 무엇이 소송거리가 되는지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 학계 역시 마찬가지임. 그래서 적법요건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학습해야 하고, 판례200에 해당부분이 나올 때에도 철저하게 봐야 함.

(모든 교과서 맨 뒤에 있는 "헌법재판소"부분임. 처음에는 세세한 판례의 태도를 암기하려하기보다는, 큰 요건들 중심으로 학습하는 것이 필요)

본안판단은 사실 어떻게든 써도 됨.
그래도 본안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1) 문제되는 상황이 어떠한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포섭이 되는지 2) 심사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이 두가지임.

정교하게 발달된 법분야가 아니라는 특성도 있지만, 기본권분야는 끊임없이 형성되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의 문제가 어떠한 기본권 문제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헌법공부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부분. 그러려면 우선 그 기본권에 대하여 기존에 판례가 어떠한 개념언어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암기해야 하고, 거기에서 헌재가 어떻게 범위를 확장하고 변형하는지를 암기해야 하며, 사안의 경우는 포섭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함.
수준높은 문제는 대개 새로운 영역에서의 헌법문제를 생각하게끔 하기 때문에, 기존판례의 암기만으로는 풀 수가 없음.

세번째는 심사기준의 문제. 위헌 합헌의 논증은 결국 어떤 심사기준을 채택하느냐와 많이 연관이 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 엄격한 심사기준을 택하는지 완화된 기준을 택하는지 를 익혀둬야 할 필요가 있음. 암기가 필요하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유까지 알아두면 대략적인 '감각'이 생김.


자.
어떤 법분야든 결국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상황에 해당되는 조문이 존재하는지, 법조문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함.
그 조문의 해석이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에 판례가 동원되는 것. 그래서 기본적으로 조문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법을 알아야 함.

법학에서 민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민법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법이기 때문에 그 민법적인 사고방식과 조문해석방식이 다른 법에도 대개 통용이 됨,


차.
시험공부는 각자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날그날의 필기를 복습하는 것이 중요.
그래서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자기만의 시험대비용 노트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 좋음.
교수님이 중간에 한 쓸데없는 소리는 적을 필요가 없음..
기본개념을 중심으로 요건-효과만 적으면 됨. 그에 대한 판례의 태도.
예습은 간단히 하는 것이 좋음.


카.
학설은 점점 중요해지지 않고 있음.
대개의 목차가,
1) 쟁점을 정리하고
2) 조문의 의의-요건-효과,
3) 문제가 있는 경우 학설의 태도-판례-검토
4) 적용/ 결론
지금까지의 법학이 2) 3)에 중점이 갔다면, 앞으로는 1)과 3) 중에서도 판례만 중요시되고,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와 어떠한 과정으로 결론이 나오는지를 많이 볼 것이라고 예상.
변시의 경향이 그럼.

축약하자면 쟁점잡기와 판례의 태도와 그걸 종합하여 어떠한 결론이 나오는지를 물음.



3. 생활과 미래?

가.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가 중요.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로스쿨 생활을 계속해나가기 힘듦.
적당한 운동과 수면을 취해야, 창의적이고 여유있는 사고를 할 수 있음.
조급함은 최대의 적.


나.
서로 꿈을  다독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
경험상으로는, 다들 로스쿨 들어올 때에는 부푼 꿈과 공익적 마인드를 갖고 들어옴.
대부분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지쳐가는듯.
미국의 경우에도 입학당시에는 80%가 공익변호사 하겠다고 말한다는 통계가 있음..

당장 취직을 어디에 하느냐는 어차피 전체적인 변호사 경력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취직지향과 관계없이 꿈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찾아나서는 것이 필요.


다.
평생직장은 앞으로 없을 것.
법조일원화(변호사->판사 검사) 직역간 이동도 지금보다는 더 자유로워질 것임.
결정적으로 로펌업계 내에서도 직장이동이 자유로워지거나 적어도 개업은 비일비재함.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외국계 로펌들이 조만간 한국에 들어와서 영업을 할 것이라는 점.
국내계 로펌들의 미래는 어차피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므로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 없음...
오히려 공익마인드를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국내계 로펌의 해외지부 취직을 준비하거나, 장기적으로 외국계 펌에서 일할 것을 목표로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음. 외국의 거래실무와 법해석방법을 아는 것, 그리고 영어에 숙달되는 것은 어떠한 공익분야에서 일을 하든 크게 도움이 될 것.


라.
새로운 길의 모색

1)
송무변호사와 자문변호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송무변호사로 클 생각이라면 선배들 말대로 첫직장 3년(5년?)동안 훈련받는 것이 중요. 직업적으로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들과, 마인드나 여러가지 훈련을 받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함.
어디에서든 변호사로 일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줄 선배만 있다면 처음 몇년은 직업인으로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임.

2)
시장이 좁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겪는 소송은 변호사가 없어서 나홀로 소송을 하거나 법무사를 사서 소장을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

3)
굳이 송무나 자문변호사로 사는것만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애당초에 로스쿨이라는 것이 꼭 변호사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법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인데, 그것이 꼭 변호사만 지칭하는 것은 아님.
법률전문가라는 점과 본인의 기초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사례는 외국에는 수없이 많음. 이러한 경우 오히려 첫3년이 발목을 잡게될 수 있다고 생각.

4)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면 인맥을 잘 만들어 두어야 함. 로스쿨생은 학생인 동시에 사회인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그에 맞게 일반인들이 보기에 어느정도 사회적 기대가 있음.
물론 누군가에게 법적인 도움을 줄만큼 전문지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회생활 속에서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여 법적인 고민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 그러한 작은 인맥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됨.
대부분의 경우 ngo와 인연을 맺게될텐데, ngo가 겪고 있는 소송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있어도 전반적인 법적 문제를 컨트롤해주는 변호사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이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들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려는 자세가 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이것이 나아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음.



마.
마인드 컨트롤

1) 모두에게 법은 어려움. 변호사들도 심지어 기초적인 실수를 자주 함.
모두가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하다면, 소송에서 승소와 패소가 갈릴 수가 없음.
지금 법을 모르는 것이 결코 실력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음.
변호사들도 내용이 기억 안나면 교과서를 찾아보고 판례를 찾아봄.


2) 의사와 마찬가지로 법조인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동시에 지속적인 경험을 통하여 익숙해지는 사람이 문제를 잘 해결함. 법원에서 일하는 주사도 6개월만 일하면 간단한 소장을 쓴다는 말이 있고, 웬만한 사무장이 변호사보다 낫다는 말도 있듯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법은 늘게 되어 있음.


3) 지금 하는 공부가, 로스쿨의 기대치에 전혀 미칠 수가 없음.
이곳에서는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서 나가고(...학비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음)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인맥을 꾸려나가서 장기적으로 무언가 일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됨.




주절주절...끝










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초안> 노동문제에 대한 큰그림 그리기.

1.
로스쿨 3학년 1학기의 마지막.
제 입장에선, 이제는 더 이상 일을 벌리기보다는 수습하고 정리할 때이고,
지금까지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의 씨앗들이, 앞으로 올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고
또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발전되길 바랍니다.

일정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바라본다면, 어렵지않게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진단을 내리게 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언론문제, 검찰문제, 정치제도문제, 가부장제의 문제, 양극화, 대기업중심, 빈곤, 기타...

그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저의 문제의식은 노동문제를 향하고 있습니다.
대학교때 운동권의 일원이 아니었습니다. 즉 저는 맑시즘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칼 맑스의 저작을 안 읽어본 것은 아니고, 맑시즘의 역할도 긍정합니다.

제가 노동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사람은 노동하지 않고는 생존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고, 거기에서 결과물을 얻고, 그러한 과정 전반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우리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며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결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보람도 느끼며,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여가를 즐깁니다. 현대의 삶속에서 일은 정말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노동이 그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일터에서의 조그마한 정의의 실현이 이루어지고 그것들이 모인다면,
작은 정의들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그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될 것이고, 그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정의의 강물이 일터와 일상에서 겪는 불편과 부조리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크게는, 1) 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2) 비정규직(단시간/기간제/파견-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한 고민 3) 산업재해-과로사, 직장안전, 첨단산업 4) 새로운 형태의 근로제공-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문제 5)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들을,
거칠게, 동시에 유기적으로 정리해보고자합니다.

==
나머지는 방학시작하면..ㅋ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Frank La Rue)와의 기억

<기록>

지미웨일스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문득 09년 생각이 났다. 당시에 UN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이 한국에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표현의 자유 컨퍼런스..대략 그런 컨셉의 행사에 꼽사리로 참석했었다. 
민변 등에서 주로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고대생들은 의자정리하고 장소섭외하고 주로 몸으로 때우는 역할..

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이렇게 왔던걸로 기억하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1) 태국의 사례..국왕 비방하는 글을 쓰니까 방콕에서 헬리콥터타고 잡으러 와서 3달동안 영장없이 구금했다는 사례랑
2)싱가폴..답이 없다. 표현의 자유는 그냥 상시적으로 억압되어있고, 억압주의가 지배하는 나라. Speaker`s Corner라는 곳에서만 집회를 살짝 할 수 있고, 그나마도 그 코너에다가 cctv를 설치해서 감시한다는... 말레이도 말할 것도 없고.
뭐 그에 뒤지지 않게 09년 당시 한국도 쟁쟁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연초의 미네르바 사태부터, 

조선일보 방상훈사장이 연예인 성접대에 연루되었다는 보도하면 바로 손배청구, 
아마 박원순 씨가 국정원에 명예훼손으로 손배청구 당한것도 그때쯤...
암튼 그들에게 대한국민의 힘(?)을 보여줬었는데..

저기 사진찍힌 할아버지가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인데,

사실 영어를 못해서 거의 알아듣진 못했고, 대충 잠깐 대화한 기억나는건 당신 젊었을때 뭐했냐, 물어보니까,
자긴 원래 변호사인데, 과테말라 사람이고, 그 나라에서 노동운동하다가 몇번 죽을뻔하기도 하고, 어찌어찌 운동하고, 또 공부하고, 그러다보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하더라. 

(http://en.wikipedia.org/wiki/Frank_William_La_Rue#cite_note-3 지금 찾아보니 04년 노벨평화상 후보였다는데..)

이렇게 살면 망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
나에게 용기를 주는 몇몇 사람들 중 한명.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어떻게 유해화학물질은 체내에 쌓이는가?

어떻게 유해화학물질은 체내에 쌓이는가?

나처럼 과학에 무지한 인문학도는 화학물질이 체내에 쌓인다고 한다면, 뭔가 안좋은 물질이 몸에 축적되서 나쁜거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늘 룸메이트와의 대화 요약,


1.
유해한 화학물질은 우리몸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유해한 물질은 우리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은 우리몸에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출해낸다.
그러나 유해한 화학물질은 쉽게말하면 소화기관에 '등록된'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몸에 들어올 경우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의문.
소화되어 우리몸에 남는게 아니라면, 배출되는 것이 자연스럽지않은가?


2. 유해물질은 완전히 배출될 수 없다.

소장은 알다시피 수분을 배출해내고 찌꺼기를 대장으로 보낸다.
대장에서는 약간의 수분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알려진 유해화학물질들은 수분에 녹을 수 없는 성질이다. 따라서 수분과 함께 배출이 안 되므로 소변을 통해서 배출될 수 없다. 일부는 대변으로 배출되겠지만 일부는 체내에 그냥 남는다.

체내에 남으면 등록된 물질이 아닌 이들 유해화학물질은 갈바를 찾지 못하고 그냥 남나?

그게 아니고, 체내에서 그나마 유사한 물질이 있는 기관으로 그 화학물질이 이동한다고한다.

혈관을 통해서.

수은이나 납같은 경우는 칼슘과 비슷해보여서 뼈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 수은은 정상온도(상온)에서 액체라고 한다. 뼈에 수은이 섞여있다면, 뼈가 흐물흐물해진다. 수은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뼈가 녹는다"고 하는데, 이는 수은의 위와 같은 성질때문이다.

납이 뼈에 섞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설명 못들었다. 안좋겠지.



3. 유해화학물질이 인체로 침투하는 경로

가장 생각하기 쉬운것은 위에서 쭉 설명한 소화기계를 통한 침투이다.

또다른 경로는 호흡기계를 통한 침투이다.

나처럼 무지한 인문학도들에게 생소한 것이 바로 피부를 통한 침투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간단하다. 피부에 화학물질이 닿을 경우, 즉시 씻어내지 않는 한 일종의 삼투현상이 발생한다. 높은농도에서 저농도로 화학물질이 이동하는, 자연계의 평형현상.

유해화학물질, 특히 중금속이 괜히 중금속이 아니다. 신체와 중금속분자가 접촉할 경우 분자가 신체로 침투한다.

모공을 통해서 침투하고 이것이 다시 모세혈관으로 가서 몸속을 도는 것이다. 분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분자라면, 모공보다는 당연히 작을 것이고, 모세혈관도 '세포'이기 때문에 그 세포사이를 뚫고 분자가 침투하게 된다.

그렇게 피속으로 유해화학물질 분자가 들어오게되면 아까말한대로 몸속을 돌다가 각 기관에 정착하는 것이다.


중요한건 장갑같은 것을 끼더라도 장시간 그 화학물질을 접할 경우 피부를 통한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연하다. 특수처리되지 않는 이상 장갑을 이루는 조직도 분자를 막을 정도로 작을 수는 없을 것이고, 피부로 들어온다면 체내로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상.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과학적인 소재를 다룸.ㅋ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4.11. 총선 복기

1. 네거티브로는 승리할 수 없다.

2010. 6. 2. 지방선거를 휩쓴 구호는 "무상급식"
이 의제는 아주 예전부터 시민사회(배옥병 씨)에서부터 출발한 이슈이다.
이것을 민주당이 잘 흡수하여 자신의 의제로 만들고, 대승을 거뒀다.


2. 공천

민주당의 전략공천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불투명함이 있었다.
비례공천과 지역구공천에서의 현격한 차이.

지역에서도, 정말 그 지역에서 정말 될만한 사람을 뽑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충남/강원/경남에서 정말 대선전을 하지 않았나...
그와는 달리 이번 공천이 성공적이었는지 의심스러움.

친노+486 중심이었다는게, 딱히 공천결과를 놓고보면 그런것 같지도 않다.
다만 "단수공천"이라는게 굉장히 거지같았다. 상향식 공천 한다면서..?
물론 그러려면 관련법령을 정비해야했는데 새누리당이 그걸 거부했기때문에 안 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기사람들은 다 단수공천주고 나머지는 경선시키면 그게 말이나 되는가...



3. 야권연대 (+시민통합당+통합진보당+정통민주당+진보신당)

가. 총설
수도권에선 결과적으로 표가 흩어지지 않아서 압승하는 결과. 야권연대가 아니었으면 이런 결과는 못나왔을 것이라고 본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노원병에서 민주당후보가 나와서 노회찬이 떨어지고, 고양덕양에서 민주당후보가 표를 갈라서 심상정이 떨어지는...반대로 다른 민주당 승리지역구들도 마찬가지..

다만 야권연대 과정에서, 중도층들에게 '통진당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이 인식이 합리적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나. 시민통합당
시민통합당(?)과 통합과정에서 확실히-무리수가 있었던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다. 박지원이 결국엔 승복을 했지만,


다. 통합진보당

노났다.
그러나 전통적인 노동세력의 지지를 확실히 잃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없이 패권주의식으로 가면 너희는 매장이다.
이번엔 정말 많이 참아준거다. 국민들이....
국민들이 패권주의 이런거 모르는것 같아도, 한번 참아주고 찍은거다. 그래도 한 번 잘해보라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기대 배신하고 판깨는 짓을 하면 국물도 없다..


라. 정통민주당

오히려 리스크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정통민주당.
정통민주당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3-4석 까먹은듯....
이것은 결과적으로 박지원이 그렇게 부르짖었던 호남소외론의 심리가 표출된게 아닌가 싶다.

야권연대 초기에는 시민혁명당이든 통진당이든 호남을 구태세력취급하더니

막판에 가서는 호남표 달라고 굽실거리는 모습은 참 거지같았다. 그것때문에 박지원이 전국을 돌지 않았나. 호남향우회 사람들 만나러.



4. 나는 꼼수다

나꼼수라고 하면 안 된다. 나는 꼼수다에서 '나'는 가카이기 때문이다. 나꼼수라고 그러면 꼼수팀이 무슨 꼼수부리는 사람들 같잖아..

세균, HQ 체제를 거친 무능한, 한 것 없는(너네들보고 무슨 개혁입법을 하라는게 아니다. 야당노릇 하라는 거다) 민주당 4년을 거쳐서 이만큼 선전한 것은, 나는 꼼수다 팀 때문이다.

특히 손학규. 쌀이 아깝다. 강력한 야당지도자를 원했건만. 기회를 줬건만 스스로 차버렸다.
정세균. 뭐 원래 존재감 없는 할아버지이니..패쓰.

다만 김용민 공천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꼼수를 아는 사람들과 젊은 세대들에게는 환호를 받았겠지만, 정작 지역구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의 입장에서는 이미 슈퍼스타가 되어버린 정봉주가 강력하게 요구한 이상 거부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전체 흥행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카드를 던진 것이었겠지만,
결국엔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대는 구청장 출신이었다.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공천을 조기에 확정짓거나 아니면 구청장급에 걸맞는 거물급을 보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관악을만큼 지도부가 공을 들이거나...




5. 결론

방송3사와 YTN이 장악당한 상태에서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대단.
정책선거-세밀한 정책이 아니라 커다란 방향제시를 해주지 않고 네거티브로만 가면 정치무관심층이 등을 돌림.

2012년 4월 3일 화요일

전봉준, 진보신당, 중앙정치.

1.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오로지 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마음속 혼란을 정리하기 위하여.



2. 사회주의와 현실개혁

지난 겨울부터 이현상 평전- 박헌영 평전을 읽으며, 추가로 한국의 운동역사를 간접공부하였다.

그리고 두어권의 사회주의 서적을 읽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사회주의는 분명 현실의 모순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할만한 훌륭한 이론이고, 그 이념의 실현을 이루기 위하여 살아가고 죽어간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사회주의와 근현대사에 대한 학습은 있었지만, 비교적 심도있게 집중적으로 고민했던 시기였다.


3. 전봉준, 혁명의 좌절.

전봉준 평전을 굳이 내 돈주고 사서 읽은 동기는 간단했다.

대부분의 저서에서, 한국 근대사에서의 최초의 민중봉기로 동학농민운동과 전봉준을 꼽고 있었기에. 정리하자면 동학의 기치는 반외세 반봉건.

왜? 반외세 반봉건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민중들이 농기구대신 나뭇가지나 화승총을 쥔 이유는 간단하다. 못먹고 못살겠으니까!

몰락한 양반인 전봉준은, 그리고 동학교도들은, 이 절절한 욕망을 읽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고자 '선동'한 것이다.

당시 조선시대 관군이 동학군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요즘과 똑같다.

'전봉준 등 동학역도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마라. 그들을 잡아오면 선처해주겠다. 너희들이 선량한 백성인 것은 다 안다.'


말을 듣지 않는 백성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니다. 무자비한 총탄의 세례가 퍼부어진다. 조선은 스스로의 힘으로 동학군을 제어할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청군과 일군이라도 불러들여서 동학군을 학살한다. 그 결과가 최소 10만에서 최대 30만명에 이르는 민중학살.

동학군은 관군에게 편지를 보낸다. '적어도 우리 민족끼리는 싸우지 말자. 우리가 다 같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것인데 너희가 우리를 죽이면 안 된다. 함께 힘을 합쳐 외세와 탐관오리를 몰아내자.'

돌아오는건 총탄 뿐이었지. 그리고 전봉준은 그가 그리도 사랑했던 민중, 백성들에게 배신당하여 그들의 밀고로 잡혀가서 교수대에 목이 매달린다.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4. 전봉준, 힘.

녹두 전봉준 평전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다름아니라 평전의 상당수 내용이 일본 문헌에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측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도 않다. 전봉준의 탄생일이나 고향따위도 구전으로만 전해져내려올 뿐.

일본. 일본의 정보기관은 이미 그때 전봉준의 동향을 파악하였고, 언론들은 동학군과 조선 관군의 전투상황을 본국에 보도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내에선 정한론, 조선정벌론이 힘을 받는다.

압도적인 국력의 차이. 동학군의 봉기로 인하여 외세개입의 빌미를 주었다. 전봉준도 당시에 이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들은 살기 위해서 총칼을 들었으나 외국군대 개입의 명분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에 의하여 무참히 짓밟혔다. 물론 외세개입의 책임을 동학군에게 전적으로 물을 수는 없다. 정치를 못한 조선인들의 탓이고 외세를 개입시켜서라도 난을 진압해야 한다는 못난이들의 잘못이 100배는 더 크다.

그러나 혁명가 전봉준은 몹시도 괴로웠을 것이다.



5. 전봉준이 꿈꾸었던 사회

동학군은 크게 두 번 봉기를 일으킨다. 1차봉기-목표는 전라도 지방의 해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894년 초에 전라도지방에서 난을 일으켜 전주성을 점령하고 관군과 "전주화약"을 체결할 때까지의 시기이다.

이때 체결되었던 폐정개혁안의 내용이나, 그 이후 집강소 설치를 통한 개혁의 내용은, 지속적으로 실현되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내용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뭉개지고 만다. 동학군 2차 봉기로 인하여. 목표는 서울에 들어온 일본군을 몰아내고 탐관오리들을 쫓아내는 것. 이전보다 중앙정치 개혁적인 시도.

1894년말부터 1895년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에 의한 동학군의 대학살.




6. 진보신당의 자세


현실로 돌아온다.

통합진보당은 논의에서 빼도록 한다-많이 복잡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통진당은 1) 소수의 nl계열과 2) 민주노총 중에서도 별로인 사람들 3) 언제나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시민과 그에게 또 한번 속은 아이들의 결합 정도로 본다. 진보 코스프레에 속은 시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결국엔 구 사회당과 pd계의 결합인 진보신당만이,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진보계열로 인정해줄만하다는 자체판단.

진보신당의 활약? 대단하다. 기존 정치권이 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정당차원에서 해내고 있다. 입이 아플 정도이다. 눈부시다.


동시에,
그들은 기존정치권에 물들기를 거부하기때문에, 그들의 이념적 순수성(아마도 사회주의)에 기반하여 이기기위한 방법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자본주의세계 가속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 및 세력 반대.
2)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민주당 세력은 현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과거에 노동자/농민계층 탄압한 것은 역대 정권특히 이명박 정권과 다르지 않음.
3) 그러므로 우리 진보신당을 뽑아줘야 (마땅)함."

사실, 위와 같이 단순하게 설명 하기엔....아무튼 조금 설명하기 힘들다.



7. 진보신당을 더 디벼보자.

지금까지 진보신당의 현재에 대한 자체분석을 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점쳐보자.

사실 진보신당의 미래가 진보의 미래는 아니다. 기질상, pd계 사람들은 '무당파'가 많다. 암튼 그렇다는 거다. 그 자유분방한 pd계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중앙정치를 통해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모인 당직자들과 당원들의 열정은 나따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다.

솔직히. 졸라 열심이고 졸라 순수하고 졸라 멋있다. 홍세화. 금민. 이상한 모자. 이런 분들.

금민님의 패기는 정말 맘에 든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독일에서는 오랜 시간을 거쳐서라도 기어코 정책으로 만드는 것을 왜 우리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패기. 다른 사람들이 징징(대는 것 처럼 보일)댈 때 금민만큼은 항상 패기와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네거티브가 아닌 긍정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인이다.
금민빠질은 여기까지 하고-


잘은 모르지만, 사회당은, 청년진보당의 후신으로 알고 있다. 청년진보당은 대학생 운동가 및 재야성 강한 활동가들의 당. 이 당이 나가리나고 금민 등 유학파 영입하여 창당한 것이 사회당.

진보신당은 민노당 패권주의에 pd계가 학을 떼며 나온 당. 이상하게도 민주노총 주류는 민노당에 잔류하게 되고.

성분(?)으로 보건데, pd계(...라고 하면 그들은 이렇게 함부로 묶는 거도 폭력이라며 화내겠지...아무튼...)는 사실상 어느정도의 사회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엘리트에 가깝다.

엘리트. 자신들의 이론적 무오성과 자신의 삶의 완결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



8. 진보신당의 미래를 점쳐보자.

진보신당의 현재 입장을 혼자 정리했고, 또 깊숙이 디벼보았으니 이제는 미래를 점쳐야 할 때다.

노. 심. 조.가 왜 진보신당을 탈당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렇게 전체적으로 낙인찍으면 그들은 또 폭력적이라고 하겠지만..) 진보신당 엘리트들의 이념적 순수성,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결국 현실을 바꿀 '더러운' 수단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에서 답답함을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엘리트들 개개인은 훌륭한 사람들이다. 개별 이슈에 몰입하여 그 지역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활동가도 있을꺼고,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서 학문적으로 연구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각자의분야에서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시대의 전봉준들이다. 민중과 고락을 함께하고, 정말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열망하는 운동가들이고 혁명가들이다.

그렇다. 그런데 왜? 누구보다도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서 가장 진정성있게 일하고 있는, 그리고 일할 정당임에도 국민적 지지가 낮은가?


이념적 청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엘리트주의라고 표현하려다가 바꾸었다. 그들 중에서 겸손한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이념적 청결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승리할 수 없다. 자신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계획 그 이상의 것을 절대로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모아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서, 그들은 마음이 아닌 머리로 모인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옳다. 너희들을 살기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주겠다."

국민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너희들 하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그러면 다시 진보는 말한다.
"국민들이 부르주아의 의식을 답습하여...계몽이 필요하고...맑스주의 세미나를 열고...신자유주의를 공부하여...체제 모순을 깨닫게 하여....."

국민은 답한다.
<너희들 많이 해라. 나는 내일 먹을 양식이 있으면 족하다.>

그러면 진보는 회의를 연다.
"저렇게까지 체제내부 논리를 답습하게 된 데에는....의 잘못이 크며......전략을 수정하여...."


너무 시니컬한가? 내가 지금까지 봐온 모습은 이렇고 여기에서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데에 500원 건다.




9. 전봉준의 결과를 놓고 진보신당과 진보정치를 평가해보자.

운동은 계속되지만 중앙정치에는 승패가 남는다.

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은 역사에 남았다. 높이 칭송될만한 기개였다.
그러나 자연인 전봉준과 10-30만명의 자연인들은 죽었다. 패배의 대가는 참혹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앙정치가 썩을대로 썩어있는데.

전봉준이 과거공부에 매진하여 설령 장원급제라도 했더라도, 조선말의 정치판에서-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현실을 보자.
진보신당, 넓게 진보세력은 대추리를, 강정을, 쌍용차를, 한미FTA를 말하며
내가 현재 매진하고 있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도, 노무현 정권하에서 삼성을 비호하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다.

그렇게 그들의 순수성을,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당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어딘지 모르게,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괴리감을 느낀다.


여기서 사고의 선을 긋고자한다.

삼성 직업병 문제에 가장 헌신적이었던 것은 다름아닌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다.
진보세력이 조롱해마지않는 민주당의 의원이다.

민주당 의원이 유능하고 진보정당이 무능하다고 하고 싶지 않다. 전적으로 누가 어떤문제에 관심을 갖느냐는 굉장히 복잡할 수 밖에 없고 진보정당은 대개 원래 갖고 있는 이슈들을 해결하기도 바쁘다.

문제제기의 요지는, 이념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진보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유연성의 문제이다. 개별 사건에 있어서 때로는 그나마 덜 보수적인 민주당과의 전략적인 제휴가 있을 수 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그들의 꼿꼿한 태도는 언제나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너희와는 다르다'
'큰 관점에서 결국 저들은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들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진보신당이, 진보세력이 원하는 것은 민중들의 행복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이념적 순수성인가?

아마도, 이념적으로 순수한 길과 방법을 통해서만이 민중들이 '진정으로'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내가 관찰한 바로는, 현실에서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느 정도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타협을 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목적을 달성해나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천천히, 민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을까? 계몽주의적인 관점을 버리고, 맑스의 이론이나 그 후예들의 이론만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이론의 공부를 게을리하지않으면서 바로 당신의 옆에서 살아 숨쉬고 땀흘리고 살아가는 육체들의 고통도 함께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걸까?

민중들의 살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자신들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분노.
이 분노와 욕망을 체계적으로 담아내어 정교하게 실현하는 것이 엘리트의 역할이라고 본다. 엘리트는 자족적인 존재일 수는 없다. 엘리트는 다만 혁명과 운동의 과정에서 도구로 쓰일 때 빛날 뿐이다. 그들 스스로가 빛나려 한다면 민중들은 그들을 경원시 할 수 밖에 없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10. 생각을 정리하며

전봉준이 민중들의 마음을 얻은 까닭은 무얼까. 민중들이 그의 자세에서 진심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많은 혁명가와 운동가들이 명멸해갔지만 전봉준이 기억되는 이유는 무얼까.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지만 김대중과 노무현만한 사랑을 얻은 이는 없었다.

결과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과 달리, 정치는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생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과감히 감수하고, 최종적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 그것이라고 본다.

그런점에서 진보신당 혹은 진보세력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자신들의 청결성을 위해서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싶어하는 것을 꺼린다. 거칠게 말하면 모범생 근성이라고 해야 하나?

거듭말하거니와 당직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정말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보이므로. 오히려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 그때그때의 옳음에 대하여 이론적 관점에서의 옳음에 대하여 판단만 할 뿐 그들이 진정 진보이념이 현실로 구현되기를 진정 바라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적어도 지금과같이 양비론적인 태도로 나선다면, 그렇게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모른다면 답은 없다.

김한주가 거제에서 나온다. 당선이 될 가능성이 꽤 있다. 그러나 그는 평등계에서 운동하다가 뒤늦게 고시에 뛰어들어 변호사로서 지역기반을 닦은 사람이다.

진보의 집권을 바란다면, 청결성을 유지하려는 생각을 꺾고, 정말로 민중들을 위해서 이 당이 수권을 하여 책임있는 결과를 내는데까지 생각하길 바란다. 아니, 수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의미있는 숫자를 원내에 진입시켜서 진정 민중들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 결과로 책임지길 바란다. 거기에서 보람을 찾길 바란다-순수성을 지켜나가는데에서 보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말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은, 전봉준의 순수성만으로 외국군대의 총칼에 맞아죽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진보이념의 실현을 원하는 바로 우리가, 중앙무대에 서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우리의 정책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시키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김대중이 잘못했고 노무현이 잘못했고 이명박이 잘못했고 하는 말을 뛰어넘어, 그들이 아닌 우리가 수권을 하여 우리의 뜻대로 정책을 펴고 우리가 비판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제발, 그 고집을 내려놓고, 민중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미친짓이라도 하길 바란다. 쪽팔리는 짓을 하길 바란다. 그렇게 나아가면서 민중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 마음을 얻길 바란다.



정치를 연애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연애를 하려면, 그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고, 쪽팔리는 짓을 감수할 수 밖에 없고,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해야될 때가 있다.

거기에는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을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자존심 따위는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도, 진보세력도- 민중을,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자존심 따위는 버릴 수 있고 쪽팔림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생각이, 너무 많다.
걱정도 근심도 너무 많다.
오히려 손발이 느려지고 피로감만 쌓인다.

수험생활에 별로 좋지 않다.

실천단 활동도 해야되고, 출판작업도 밀고 가야하고, 재정도 나누어야 하고, 소송도 끌고 가야 하고, 신입도 모집해야 하고, 무엇보다 변시공부도 해야 하고.


왜? 이 모든 것이 즐거울 수 있는데, 뭐가 잘못된건지 꼬일대로 꼬여있고 걱정만 는다.
능력에 비해서 책임이 많아서?



다시 생각이 어지럽게 섞여 들어온다. 유미씨, 박지연씨, 이윤정씨, 이희진씨, 한혜경씨... 정애정씨, 황상기 어르신, 정희수씨, 유영종 아버님, 김시녀 어머니...반올림 동지들 생각도 어지러이 들어온다.

집회의 구호, 공단에서의 농성, 몸싸움, 법원 앞 기자회견, 인터뷰, 비오는 밤... 병원, 병원...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젊음, 죽음, 그리고 삼성전자

생각이 복잡하고 쓸 말은 많지만 정제되어 글이 나오기는 어렵다.

반올림 문제는 한번 잡으면 놓기가 힘들다. 한꺼번에 '내가 아는 것과 너무도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의 연속이다.

반올림 일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통로는 "자의성"이다. 권력이다. 금력이다. 예측불가능성이다.




이러한 전제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힘을 모아서 가는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동지들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알리고 함께할 동지들을 찾는 마음에서 2011년 2학기 임상법학 과목을 매개로 한 사업을 구체적인 그림 없이 급하게 단독으로 시작하였고,

이제 조금씩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대략의 윤곽이 조금씩 잡혀간다.



1. 알리기
2. 소송지원
3. 입법지원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 활동을 통해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반올림의 절박한 외침이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젊음이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그것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지도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것은


권력과 금력이라는 차가운 벽이다.


그들은 말한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며 힘이 정의가 아니던가"





아, 우리는 답은 알지만 답을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러나...
아, 나는 할 수 없어도 우리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리자, 최대한 많이 알리자...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알리고, 알려보고, 그리고 또 알리고...모여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의논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하자.





벼랑끝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조금씩이라도....





영정들이 생각이 난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아 너무 상투적이지만... 꽃다운 나이에. 집안살림에 그저 보탬이 되고자, 일했던 것인데, 대가는 죽음이다. 얼마나 잔인한가...






유가족들은 그리고 피해당사자들은 평상시에 뵈면 참 좋은 분들이야.
그런데 영정사진만 들면, 공단이나 삼성본관 앞에만 가면, 정말 슬퍼져. 오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