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기록: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에 대한 짧은 생각 (2012년 인권법학회 세미나 후기)

오랜만에 세미나하니 재미졌음..이번학기 컨셉답게 치열한 토론..
현장과, 사무실과, 법정사이의 균형/ 그리고 사회이론과 실천과 규범을 통한 변혁 사이에서의 균형.

못다한 얘기들...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 아니면 활동가? 그도 아니면 그냥 법률가? 여러가지 고민들이 많겠지만, 비싼돈 들여서 로스쿨에 온 이상, 분명히 법률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영역이 있듯이, 법률가도 마찬가지라는 점. 

물론 법률가가 하는 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변혁의 주체가 아니라, 이질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일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혁을 생각하는 법률가라면, 단순히 '법률 구조legal aid'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되풀이 되는 원인과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 까지 고민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은 활자로된 닫혀있는 규범이 아니라 해석가능성이 열려있는 규범입니다. 헌법 조문, 현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태도, 그리고 교과서에 쓰여져있는 내용을 일단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어떻게 더 넓게 혹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헌법의 틀 내에서의 사고'란, 지금까지 나온 헌법학의 논의안에서만 사고하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정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역동적으로 살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의 언어를 어떻게 헌법의 언어 안으로 녹여내서,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지를 고민해봐야하는 것입니다. 

제도 안에서 활용되는 도구와 개념들을 다루는데 익숙해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제도의 한계와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운동을 지향하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중앙에서의 논의를 모두 알고 여기에 참여하고 중앙싸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또 제도밖의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합니다. 중앙싸움에서

도 승리하면서 그 이상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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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미나 직후에 내가 썼던 글인데, 다시 내가 읽어 보고 감동받았다. 아 정말 난 감동적이다..


아울러 호모레지스탕스 서문 (박경신)


"이 책의 주인공은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이 부당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저항기를 담았다. 땀내 절은 그들의 삶은 고단한 만큼 고상하다. 성실한 노동자로서 밥벌이를 놓지 않으려 분투하는, 박탈당한 시민적 기본권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 정치적 인간으로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그들의 삶이 고상하다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두고 높고 낮음을 말해야 하는가...(중략)...팍팍해서 만만한 세상살이가 경외로워지는 시점은, 약동하는 생명에게서 경외를 느끼게 되는 시점은 불편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떠맡을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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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모레지스탕스 책에 담긴 사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대부분 학생이 책을 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때문에 그 민망한 감정이 앞서서 그 이상의 이야기는 못하게 된다.
주로 내가 책의 저자로 참여한 것은 나의 능력과 무관하다는 시답잖은 얘기만 하고 끝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사람들은 추가질문을 하는 등으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이었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그런데, 호모레지스탕스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결국, 팍팍하고 힘든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올바르고 상식적인 것을 찾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의 기록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그 승리는 제도적인 변화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대담론(?)에서 보자면 별다른 변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법이 무기력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은,
내가 단 한명의 삶이라도 나의 도움으로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내가 신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나누어질 수 있다는 사실, 나에게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실제로 나누어져서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될 때, 가장 큰 삶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들이 퍼져나간다면 세상은 바뀔꺼라고 믿는다.

댓글 4개:

  1. 저도 처음에 인용하신 글 읽고 감동받았었어요 ㅎㅎ 어서 호모 레지스탕스 읽어봐야지. 눈팅만 하다 댓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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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농담에 진지하게 반응하신..게 아니고 연민씨도 농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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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담 아니에요!ㅋㅋ 이제야 확인하고 댓글 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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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기다가 댓글을 달면 제 계정으로 댓글달렸다고 이메일이 와요. 참 편리한 구글블로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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