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2007년 대선에 이명박 후보를 찍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2007년 대선 저의 첫 투표, 저는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2살이었습니다. 신문은 스포츠면만 보거나 스포츠신문만 봤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습니다. 이명박을 찍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공통분모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영남사람이고, 고려대학교 동문이고, 기독교인이고. 샐러리맨 출신으로 현대건설 사장으로 성공하고 그룹도 잘 키워냈으니, ‘대운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를 잘 경영하리라, 그리고 그가 말하는 ‘법치’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개인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2005년 교회에서 제주도로 여름 수련회를 갔었습니다. 저는 중고등학생들의 교사자격으로 참가했었습니다. 순서 중에 각자의 ‘꿈’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도목사님의 권유아래, 저는 저의 꿈을 밝혔습니다. “성실히 일하는 보통사람들이 억울한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이러한 꿈을 학생들 앞에서 밝혔습니다. 그 대답은, 어떠한 역사인식이나 정치인식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에 제 나름대로 성경을 읽은 바탕아래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합쳐져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바로 그 ‘보통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어 빈곤층이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전기세와 난방비를 낼 수 없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다가, 할머니와 손자가 불에 타죽은 뉴스를 놀랍게도 올해 11월에 보았습니다. 아기가 맞아야 하는 각종 예방접종비용에 대한 국가예산이 삭감되었고, 보육예산도 삭감되었습니다. 생계곤란으로 인한 가족동반자살 소식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말에 따르면, 미국 대공황때 10만명당 20명이 자살했는데,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는 43.3명이 자살했다고 합니다.

경제정책은 있는 자들을 위한 방향으로만 설계되었습니다. 대형마트로 인하여 동네슈퍼가 침체기에 접어든 것도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SSM같은 소규모 체인을 이용하여 골목까지 들어왔습니다. 뿐만아니라 대기업 총수의 아들, 손자, 며느리,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를 내세워서, 이웃사람들이 장사를 하는 골목골목까지 침투했습니다. 한 지체장애인 활동가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 시간에 불에 타죽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들었습니다. 2008년도에 있었던 종합부동산세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줄어든 지방재정수입이 각종 복지예산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유명한 4대강 사업도,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지방재정을 거덜내는데 일조하였습니다. 가계부채는 100조원을 넘어섰고, 중산층은 사라졌습니다.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교육정책도 무너졌습니다. 제 나이 또래들, 제 동생또래들의 죽음이 가슴 아팠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경쟁 교육정책을 가장 앞서 실현하던 대구시, 제 사랑하는 친척들과 동생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서, 끊이지 않는 중고등 학생들의 자살소식들, 2010년 상반기에 있었던 카이스트에서의 연쇄자살소식과 서남표 총장의 무책임한 태도. 국가로부터 천문학적인 재정보조를 받는 사학법인들은, 법인재산을 활용한 금융투자와 부동산 투자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저의 모교인 고려대학교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면서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공권력과 법질서는 이미 가진 자들의 ‘재산’과 ‘이익’과 ‘명예’를 보호하였을 뿐,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과, 그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2009년 유달리 추웠던 1월, 서울시 한복판인 용산에서는 상가세입자들이 불에 타죽었습니다. ‘미네르바’는 그가 쓴 수백 개의 글 중 2개의 허위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잡혀갔습니다. 고 장자연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신을 착취하였던 사람들을 고발하였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조차도 강력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3M, 콜트콜텍, 셀 수 없이 많은 파업현장에선 무자비한 진압만이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정권초기에 그야말로 인간사냥을 당하였고, 그 출입국 공무원의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하여 목숨을 잃거나 자살을 하는 비참한 일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지난 5년간의 수많은 처참했던 일들이, 2007년 제가 했던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나마 제가 할 수 있었던 작은 실천들을 하며, 지난 5년을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번대선에 투표할 것입니다.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고 그들만 잘 사는 이 나라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보통사람들, 그리고 약자들,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도, 다 같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나라를 직접 바꿀 힘과 능력은 전혀 없기 때문에, 투표라도 할 것입니다.

지지할 사람이 없어 투표를 포기하시겠다면, 그분의 생각 역시 존중합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본인을 ‘아주 조금이라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드는 후보에게,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20대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들을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투표를 하는 만큼, 기성 정치인들은 우리의 목소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투표를 하고 지지를 보내주어 그 사람이 “당선”되면, 우리는 그 사람이 밝힌 가치관과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해보신 다음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의 체제가 옳으므로 이 방향으로 국가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후보로는 “박근혜 후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후보로는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 두 명의 후보가 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제가 잘 모르므로 죄송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만약 제 글을 보시고, 투표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생기셨다면,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에게 한 표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삶의 궤적’을 그렸는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였느냐보다도, 어떠한 ‘실천’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는 것이 정확할 때도 있습니다. 

학생 문재인은 유신반대 시위하다가 강제징집당하여 특전사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군복무 이후에는 사법시험을 치르고 다시 반독재시위를 하던 중,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당시 조세분야에서 잘나가던 노무현 변호사를 감화시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한 것이 문재인 변호사입니다. 87년 민주화 항쟁에 앞장섰음은 물론, 민주화 이후의 수많은 정계입문 요구를 뿌리치고, 부산과 울산지역에 머무르며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사람들을 위해서 변론하고, 살아왔습니다. 주변사람들이 기억하는 변호사 문재인은, 어떤 의뢰인이 오더라도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인내심있게 얘기를 들어주었던, 마음이 넓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2003년 부터는 친구 노무현을 도와 참여정부에서 일을 하며,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 빠졌습니다. 문후보의 발음이 새고 침삼키는 소리가 유독 큰것은 그때 한 임플란트 때문이라고 합니다. 5년 동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있으면서 권력형 비리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사람 문재인은 힘없는 보통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그러나 그 과정중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소박하면서 강한 사람입니다.

문재인의 정책 중에서 제 마음에 드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와 “간병비에도 건강보험 적용”입니다. 가족 중에 중병을 앓는 환자가 있다면, 사보험에 가입을 하더라도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가족 중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간병인을 쓰고 일당 6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최근 이 공약을 둘러싸고 실현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적어도 보통사람들의 의료비 걱정에 대해서 아파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검찰 개혁을 비롯한 법제도개혁 부분의 정책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인터넷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갖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법이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글쟁이들에게만 강하고, 노동자에게만 유독 강하고, 상가세입자에게만 강하고 엄격한 법. 내곡동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약한 법, 절규 속에 죽어간 고 장자연 씨가 지목하였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서면조사로만 그쳤던 그 약하고 비겁한 법, 검찰내부비리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말랑말랑한 그 약하고 관대한 법.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변호사이자 노동변호사 출신인 문재인은 잘못된 법제도에 대한 개혁의지가 강함은 물론입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던 한승헌 변호사님, 김선수 변호사님과 같은 분들이 함께 하시기에 제대로 된 방향의 개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보통사람들이 ‘존엄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존엄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함에도 ‘비정규직’이라는 낙인하에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나라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글을 쓰면, 감옥에 가게 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따라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을 하여도 그것 자체가 범죄시되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굴욕과, 권력에 대한 복종이 강요되는 나라입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과 사실을 부정하고, 자존심을 팔고 살아야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제가 보는 문재인 후보는, 언제나 우리 보통사람들과 함께 해왔고, 학생시절이든 변호사가 되었든 공직자가 되었든 한결같이 그 보통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명박 정권하에서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왔는지를 보았기에, 이를 바꿔보고자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온 사람입니다.

예,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도 당장 세상이 좋게 바뀌거나, 당장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점진적 개혁의 길은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확신하는 것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의료비나 등록금 걱정은 지금보다 훨씬 덜 하게 되고, 보통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더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오리라는 것입니다.

2007년의 저는, 후보의 가치관과 공약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막연한 이미지와 각종 연고에 기대어 투표하였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후회하였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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