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기록: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에 대한 짧은 생각 (2012년 인권법학회 세미나 후기)

오랜만에 세미나하니 재미졌음..이번학기 컨셉답게 치열한 토론..
현장과, 사무실과, 법정사이의 균형/ 그리고 사회이론과 실천과 규범을 통한 변혁 사이에서의 균형.

못다한 얘기들...
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법률가? 아니면 활동가? 그도 아니면 그냥 법률가? 여러가지 고민들이 많겠지만, 비싼돈 들여서 로스쿨에 온 이상, 분명히 법률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영역이 있듯이, 법률가도 마찬가지라는 점. 

물론 법률가가 하는 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변혁의 주체가 아니라, 이질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일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혁을 생각하는 법률가라면, 단순히 '법률 구조legal aid'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되풀이 되는 원인과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 까지 고민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은 활자로된 닫혀있는 규범이 아니라 해석가능성이 열려있는 규범입니다. 헌법 조문, 현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태도, 그리고 교과서에 쓰여져있는 내용을 일단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어떻게 더 넓게 혹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헌법의 틀 내에서의 사고'란, 지금까지 나온 헌법학의 논의안에서만 사고하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정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역동적으로 살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의 언어를 어떻게 헌법의 언어 안으로 녹여내서,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지를 고민해봐야하는 것입니다. 

제도 안에서 활용되는 도구와 개념들을 다루는데 익숙해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제도의 한계와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운동을 지향하면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중앙에서의 논의를 모두 알고 여기에 참여하고 중앙싸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또 제도밖의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합니다. 중앙싸움에서

도 승리하면서 그 이상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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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미나 직후에 내가 썼던 글인데, 다시 내가 읽어 보고 감동받았다. 아 정말 난 감동적이다..


아울러 호모레지스탕스 서문 (박경신)


"이 책의 주인공은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이 부당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저항기를 담았다. 땀내 절은 그들의 삶은 고단한 만큼 고상하다. 성실한 노동자로서 밥벌이를 놓지 않으려 분투하는, 박탈당한 시민적 기본권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 정치적 인간으로 바로 서고자 분투하는 그들의 삶이 고상하다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두고 높고 낮음을 말해야 하는가...(중략)...팍팍해서 만만한 세상살이가 경외로워지는 시점은, 약동하는 생명에게서 경외를 느끼게 되는 시점은 불편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떠맡을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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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모레지스탕스 책에 담긴 사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대부분 학생이 책을 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때문에 그 민망한 감정이 앞서서 그 이상의 이야기는 못하게 된다.
주로 내가 책의 저자로 참여한 것은 나의 능력과 무관하다는 시답잖은 얘기만 하고 끝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사람들은 추가질문을 하는 등으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이었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그런데, 호모레지스탕스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결국, 팍팍하고 힘든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올바르고 상식적인 것을 찾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의 기록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그 승리는 제도적인 변화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대담론(?)에서 보자면 별다른 변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법이 무기력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은,
내가 단 한명의 삶이라도 나의 도움으로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내가 신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나누어질 수 있다는 사실, 나에게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실제로 나누어져서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될 때, 가장 큰 삶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들이 퍼져나간다면 세상은 바뀔꺼라고 믿는다.

기록: 2012년 5월 24일 영등포 성문밖 교회 방문

작년에 학회지에 "도로위의 노동자들" 이라는 주제로 글을 투고 했었습니다. 


민주노총 퀵서비스노조와,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 그리고 비정규직차별철폐연대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지난 4월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에 최초로 전국대리운동조합이 창설되고, 초대 위원장으로 대구노조에서 자료를 보내주셨던 박원철 씨가 위원장이 되셨다고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대리운전노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공익과 인권을 전달해드리고 왔습니다. 사진은, 오늘 제가 방문했었던 성문밖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기독교 사적 제8호로 지정한 유서깊은 교회더군요. 

비석의 글귀는, 기독교인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합니다.


(노동선교라는 개념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던 날)


결산: 한학기 혹은 지난 2년 반


결산.
이번 학기에는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하나는, 인권법학회 세미나를 마치고 장터에서 막걸리를 마셨을 때.
그때, 학생으로서 축제와 잠깐의 여유를 찾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이 다가왔다.
이제 막 학회에 들어온 4기들과, 2학년이 되어 이제는 로스쿨생같아진 3기생들사이에서,
1년만에 갑자기 나이가 많은 축이 되어버린 나의 위치를 찾는 것도 약간은 어색하고 졸업반이 되었다는 사실이 생소했다.


두번째는, 이윤정 씨의 죽음.
사람의 죽음을 내가 막을 수는 없지만, 못내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웠다.
1) 작년 11월쯤에 산소통 멤버들과 윤정씨를 병문안 가자는 말이 있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가지 못햇는데, 그때 다같이 갔었어야 했다.
2) 소송이 진행중인 원고였는데 재판기일에 제대로 심리가 이뤄진 적이 없다. 클리닉에 정신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소송에 있어서 보다 주도적으로 변론속개를 요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삼성 산재사건의 변론을 맡고 계시는 김칠준 변호사님)


세번째는 아마도 지속적인 기억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지만,
산소통 클리닉의 중흥기(?)를 맞이하였고 여기서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우선은, 반올림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우발적이었다.
2-30대의 무수한 죽음들을 목도할 수 없었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수습을 지원한 것이었다.

다만 그곳에 가서 보니, 지금까지 지켜봤던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생들을 조직하여 관련사업을 진행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여러가지 사정들을 거치면서 학교내 공식기구처럼 되었지만.

이 일을 하기 이전에도 좌파적인 마인드가 있었고 또한 나 스스로도 좌파라고 규정짓지만, 좌파이론의 공부를 심도있게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좌파적인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 그것을 어제 MT때 이야기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는 것과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과거에는 양모산업이 이랬을 것이고, 중공업이, 자동차가, 중화학이 그랬고, 현재는 전자산업이 이런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첨단산업에서의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들, 혹은 그 이상의 근본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거시적인 관점을 떠나서,
나는 지금 당장 그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의미있는 부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다행인 것은 별 생각없이 시작했던 일들이 꼬리를 물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로 인하여 여기에 참여하는 학우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불과 1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이 문제가 곪을대로 곪은 문제라는 것이겠지.
참 지금은 홀가분하고 기쁘다. 학회장이 끝났을때만큼 홀가분한 기분.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 광야





결국 2년 반의 삶을 돌아보면,
첫 1년은 거의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고, 2008-2010년 인생 최악의 시기의 마지막을 겪으며 바닥 중에서도 바닥을 쳤던 시기,
그 다음 1년은 학회장으로서의 한학기와 산소통 사업을 세우는 과정으로의 한 학기,
그 다음 한학기 역시 정민과 함께 산소통의 자리를 잡아가는 한 학기였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순간순간의 결단이 나중에 보면 크게 삶을 바꿔놓는다.
그 순간순간의 결단은 결국 평소에 길러졌던 생각이나 감수성에서 기초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냐보다는, 자기가 했던 그 순간의 선택들을 믿고, 굳건히 자기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는 말을, 재원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순간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도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로스쿨에서 '최소한의 공부로' 살아남기


(출처: http://hook.hani.co.kr/archives/11262)
사진은,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제목의 미드 -_- 제목참.. 일본이 번역한 것을 아마 직역한듯.
원제는 the paper chase... 한국말로 학점경쟁.. 주제가는 1st year - 1학년..-_- 참...거시기..
가끔씩 집에 가면 주말 밤에 "대학방송"이라는 채널에서 틀어주면 잼께 보는데, 미국애들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그러나 뭔가 생산적으로 공부하는 것 같아서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미드....



미국 롸스쿨 식의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사고의 발달, 그것을 통한 법의 학습...같은 것은 일단 한국 로스쿨에는 없다!!



1.
그때그때의 감상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매사에 철저하고 정돈되게 살 필욘 없지요. 그냥 최근 들었던 생각들을 모아서, 오늘 한꺼번에 기록하려고 함.
주제는 로스쿨에서의 공부와 생활.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하지만, 승자만이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저 역시 로스쿨생활의 승자(?)는 아니지만 그냥 평범한 오히려 게으른 로스쿨생 중의 한명으로서 나름의 생존법을 기록합니다.


제가 한 방법은 ㅇ
하지 못한 방법은 x라고 표시하겠습니다.
이하는 추천하는 공부법 및 생활패턴



2. 공부

가.
학교에서 판매하는 혹은 학생회에서 판매하는 "사법연수원"교재는 가급적 사서 볼것을 권유. 이해가 안되더라도 1독씩은 해두면 좋음.
X

나.
방학때 하는 "사법연수원"에서의 강의 (요건사실론 등)은 가급적 가서 듣는 것이 좋음. 왜냐하면 실무에서 어떻게 법을 다루고, 법문장을 쓰는지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X

다.
학교 수업을 통해서 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음.
차라리 예습이든 복습이든 관련 동영상강의(이왕이면 변호사시험 대비)를 듣는 것이 좋을것. 이제는 많이 있을 것임 예전에는 사시강의 뿐이었음.
X

라.
스터디가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음. 주변에서 보면 진도를 따라가기가 부담이 되서 미리 진도를 정해두고, 해당부분의 중요내용 및 판례를 요약하여 설명해주는 것 같은데, 법은 혼자 공부해야 머리속에 잘 들어옴.
다만 모르는 것을 서로 물어볼 수 있는 관계 및 같이 밥먹는 친구들은 당연히 필요.
스터디 X

마.
판례공부는 매우 중요함. 교과서에서 아무리 판례를 비판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는 결국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쓸 수 밖에 없음.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임.
그리고 그렇게 문제가 되는 판례라면 실무나 변호사시험에서도 전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음. 따라서 중요한 판례의 태도를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함. 정말 매우 중요.
판례는 원문을 다 볼 필요는 없고, "판시사항"이랑 "판결요지"만 출력해서 봐도 충분함. (다만판결요지만 봐선 너무 짧아서 이해할 수 없을 경우에는 판결이유까지 같이 봐야함)
X

바.
교수님의 교과서는 시험에만 보면 됨.
방학때에는 수험서로 해당학기에 진도가 나갔던 부분을 복습해보는 것이 좋음. 많은 사람들이 수험서를 보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
수험서를 보면 이해가 잘 된다기 보다는, 복합적으로 그리고 다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수험서란 지원림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안, 워크북, 맥 같은거)
X

사.
민법의 경우, 회독수를 늘리는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음.
민법사례를 풀려면 한 부분만 알아서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보는 것이 중요함. 그러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든지 중복되어서 나오는 부분이 있음. 그 부분만 잘 이해하면 됨. 나머지 부분은 보고 까먹더라도 어쩔 수 없음. 변시때 보면 다 기억남.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에서 나오는 부분을 (주관적인) 순서대로 쓰면>
법률행위 해석(자연적 해석과 규범적 해석이 쓰이는 경우; 꼭 법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법문제를 해석할 때에는 규범적 해석의 관점에서 봐야 함), 
손해배상(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구별),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기산점),
상계,
채무불이행에서 이행지체책임(지연손해는 언제부터? 계약해제는 언제 가능? 등등)
108조 2항 통정허위표시와 선의의 제3자 보호(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하므로..^^)
착오 취소의 문제 (중요한 부분에서의 착오-표의자가 입증책임,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함-상대방이 중대한 과실 있음을 입증해야 함)
구상권의 행사 (주로 연대보증인 사이에 문제됨. 아니면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서)
103조 반사회질서 (어느 경우에 103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행정법규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본다면 103조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법상 계약은 유효하고, 효력규정으로 본다면 10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봄)
법정지상권이 언제 성립하는지
담보물권이 실행불능이 되었을 때 물상대위를 언제할 수 있는지
변제자대위와 제3자에 의한 변제 (어느 경우에 제3자가 변제가 가능한지 즉 변제할 법률상 정당한 이득이 있는지가 결국 문제가 됨)

써놓고 보니 계약법1이 많음... 사실 계약법 1만 잘 알면 됨. 그게 기본이고, 그부분을 잘 이해해서 법적인 사고가 길러지면 나머지부분은..


아.
헌법은, 교과서상의 논의가 문제를 품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음. 중구난방이기 때문.
오히려 해당부분의 판례를 열심히 보거나(로스쿨 교재)
그것보다는 사실 정회철 판례200을 보는 것을 추천 여유가 있다면 정회철 판례교재를 보는 것이 좋음.
헌법판례는 그 내용을 암기하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판례를 정독하는게 더 이해가 잘 됨.

정회철 교재를 추천하는 이유는,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부터 본안판단까지 고루 있기 때문. 특히 판례200은 다수의견만 모아놓음.

헌법은 적법요건부분을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 변호사시험 기출을 보아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함.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미발달된 법분야일수록, 무엇이 소송거리가 되는지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 학계 역시 마찬가지임. 그래서 적법요건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학습해야 하고, 판례200에 해당부분이 나올 때에도 철저하게 봐야 함.

(모든 교과서 맨 뒤에 있는 "헌법재판소"부분임. 처음에는 세세한 판례의 태도를 암기하려하기보다는, 큰 요건들 중심으로 학습하는 것이 필요)

본안판단은 사실 어떻게든 써도 됨.
그래도 본안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1) 문제되는 상황이 어떠한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포섭이 되는지 2) 심사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이 두가지임.

정교하게 발달된 법분야가 아니라는 특성도 있지만, 기본권분야는 끊임없이 형성되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의 문제가 어떠한 기본권 문제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헌법공부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부분. 그러려면 우선 그 기본권에 대하여 기존에 판례가 어떠한 개념언어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암기해야 하고, 거기에서 헌재가 어떻게 범위를 확장하고 변형하는지를 암기해야 하며, 사안의 경우는 포섭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함.
수준높은 문제는 대개 새로운 영역에서의 헌법문제를 생각하게끔 하기 때문에, 기존판례의 암기만으로는 풀 수가 없음.

세번째는 심사기준의 문제. 위헌 합헌의 논증은 결국 어떤 심사기준을 채택하느냐와 많이 연관이 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 엄격한 심사기준을 택하는지 완화된 기준을 택하는지 를 익혀둬야 할 필요가 있음. 암기가 필요하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유까지 알아두면 대략적인 '감각'이 생김.


자.
어떤 법분야든 결국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상황에 해당되는 조문이 존재하는지, 법조문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함.
그 조문의 해석이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에 판례가 동원되는 것. 그래서 기본적으로 조문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법을 알아야 함.

법학에서 민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민법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법이기 때문에 그 민법적인 사고방식과 조문해석방식이 다른 법에도 대개 통용이 됨,


차.
시험공부는 각자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날그날의 필기를 복습하는 것이 중요.
그래서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자기만의 시험대비용 노트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 좋음.
교수님이 중간에 한 쓸데없는 소리는 적을 필요가 없음..
기본개념을 중심으로 요건-효과만 적으면 됨. 그에 대한 판례의 태도.
예습은 간단히 하는 것이 좋음.


카.
학설은 점점 중요해지지 않고 있음.
대개의 목차가,
1) 쟁점을 정리하고
2) 조문의 의의-요건-효과,
3) 문제가 있는 경우 학설의 태도-판례-검토
4) 적용/ 결론
지금까지의 법학이 2) 3)에 중점이 갔다면, 앞으로는 1)과 3) 중에서도 판례만 중요시되고,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와 어떠한 과정으로 결론이 나오는지를 많이 볼 것이라고 예상.
변시의 경향이 그럼.

축약하자면 쟁점잡기와 판례의 태도와 그걸 종합하여 어떠한 결론이 나오는지를 물음.



3. 생활과 미래?

가.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가 중요.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로스쿨 생활을 계속해나가기 힘듦.
적당한 운동과 수면을 취해야, 창의적이고 여유있는 사고를 할 수 있음.
조급함은 최대의 적.


나.
서로 꿈을  다독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
경험상으로는, 다들 로스쿨 들어올 때에는 부푼 꿈과 공익적 마인드를 갖고 들어옴.
대부분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지쳐가는듯.
미국의 경우에도 입학당시에는 80%가 공익변호사 하겠다고 말한다는 통계가 있음..

당장 취직을 어디에 하느냐는 어차피 전체적인 변호사 경력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취직지향과 관계없이 꿈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찾아나서는 것이 필요.


다.
평생직장은 앞으로 없을 것.
법조일원화(변호사->판사 검사) 직역간 이동도 지금보다는 더 자유로워질 것임.
결정적으로 로펌업계 내에서도 직장이동이 자유로워지거나 적어도 개업은 비일비재함.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외국계 로펌들이 조만간 한국에 들어와서 영업을 할 것이라는 점.
국내계 로펌들의 미래는 어차피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므로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 없음...
오히려 공익마인드를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국내계 로펌의 해외지부 취직을 준비하거나, 장기적으로 외국계 펌에서 일할 것을 목표로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음. 외국의 거래실무와 법해석방법을 아는 것, 그리고 영어에 숙달되는 것은 어떠한 공익분야에서 일을 하든 크게 도움이 될 것.


라.
새로운 길의 모색

1)
송무변호사와 자문변호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송무변호사로 클 생각이라면 선배들 말대로 첫직장 3년(5년?)동안 훈련받는 것이 중요. 직업적으로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들과, 마인드나 여러가지 훈련을 받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함.
어디에서든 변호사로 일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줄 선배만 있다면 처음 몇년은 직업인으로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임.

2)
시장이 좁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겪는 소송은 변호사가 없어서 나홀로 소송을 하거나 법무사를 사서 소장을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

3)
굳이 송무나 자문변호사로 사는것만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애당초에 로스쿨이라는 것이 꼭 변호사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법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인데, 그것이 꼭 변호사만 지칭하는 것은 아님.
법률전문가라는 점과 본인의 기초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사례는 외국에는 수없이 많음. 이러한 경우 오히려 첫3년이 발목을 잡게될 수 있다고 생각.

4)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면 인맥을 잘 만들어 두어야 함. 로스쿨생은 학생인 동시에 사회인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그에 맞게 일반인들이 보기에 어느정도 사회적 기대가 있음.
물론 누군가에게 법적인 도움을 줄만큼 전문지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회생활 속에서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여 법적인 고민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 그러한 작은 인맥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됨.
대부분의 경우 ngo와 인연을 맺게될텐데, ngo가 겪고 있는 소송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있어도 전반적인 법적 문제를 컨트롤해주는 변호사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이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들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려는 자세가 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이것이 나아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음.



마.
마인드 컨트롤

1) 모두에게 법은 어려움. 변호사들도 심지어 기초적인 실수를 자주 함.
모두가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하다면, 소송에서 승소와 패소가 갈릴 수가 없음.
지금 법을 모르는 것이 결코 실력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음.
변호사들도 내용이 기억 안나면 교과서를 찾아보고 판례를 찾아봄.


2) 의사와 마찬가지로 법조인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동시에 지속적인 경험을 통하여 익숙해지는 사람이 문제를 잘 해결함. 법원에서 일하는 주사도 6개월만 일하면 간단한 소장을 쓴다는 말이 있고, 웬만한 사무장이 변호사보다 낫다는 말도 있듯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법은 늘게 되어 있음.


3) 지금 하는 공부가, 로스쿨의 기대치에 전혀 미칠 수가 없음.
이곳에서는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서 나가고(...학비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음)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인맥을 꾸려나가서 장기적으로 무언가 일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됨.




주절주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