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테러 라이브에는,
멋진 타이를 맨 하정우가 나온다.
봐야 한다. 간지폭발이다.
하정우 감상만으로도 영화값은 뽑는다.
2.
연출, 구도나 연기 등은 논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감상하고 평할만한 안목은 없으므로.
스토리의 짜임새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만 하겠다.
3.
설국열차는 클리셰들로 가득차있다. 뻔뻔할 정도로. 그래서 중박 이상은 간다.
아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 아 그렇지 그렇지...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자꾸 보게되는 나..
열차는 달리고, 엔진은 쉬면 안 된다, 그리고 환경파괴,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 돌기만 한다....등등
이런 식의 서구적인 설정은 한국인인 나에겐 그닥 와닿지 않는다.
뭐 서구애들이라면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이런 세계에 반성좀 해야지...근데 한국인인 나는 그닥 와닿지는 않는다.ㅎㅎㅎ
예상할만한 장면들, 그리고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들도 다 예상 안에서 움직인다.
4.
그럼에도 설국열차에서 논평할 부분은 있다. 인물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깨시민(??) 커티스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계획을 세워 앞으로 나아가고,
뽕쟁이 송강호는, 어디 감방에 쳐박혀있다가 한방꽝 터트려서 열차를 다 때려부수자는 노동당원(?)으로 보인다.
나는 깨시민이나 뽕쟁이보다는 윌포드 측에 주목했다.
예카테리나 터널에서의 어둠을 이용하는 장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등장한 총(알)
공포스러웠다. 내가 커티스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혁명가..아니 개혁가..뭐가 되었든, 커티스 쪽에서,
혁명의 전술로 아주 어렵게 '하나 둘 셋'을 생각한다면,
통치자들은 '넷' '다섯' '여섯'... '열'까지를 생각한다는 소리다.
정보력, 더 나은 인적자원, 기술력이 있으니까.
예카테리나 터널까지야 그렇다쳐도ㅡ 커티스와 친구들이 조금만 더 생각이 있었다면, '총알이 남아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정도는 생각했어야. 뭐 생각해도 대책은 없었겠지만.
남궁민수...아니 송강호는. 송강호는 커티스에 비하면 백배는 더 대책없다.
이러저러한 목적이 있으니 사람들을 모아서 밖에서 살아보자...라는 계획보다는.
밖에 눈이 녹고 있잖아? 열차는 살기 힘들잖아? 에라이 터뜨리고 보자!는 식이다.
결과는?
열차가 탈선하면서 다 죽고 두 아이만 살아남았을수도 있고,
두 아이 뿐만 아니라 몇몇은 살아남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열차내 기득권층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열차 밖에서도 다시금 계급사회가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영화의 그 장면 직후에 어디에선가 괴한들이 나타나서 아이 둘을 노예로 부려도 이상하지 않은 결말이다.
혹은 두 아이들이 굶어죽거나해도...
영화의 결말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고..
대책없는 혁명이 불러온 '혼란'에 대한 은유라고 본다.
열차에서 나오긴 했는데, 자유가 주어진 것이 맞냐? 굶어죽을 자유?
*사족으로, 윌포드를 앞에둔 커티스와 송강호의 결투장면은 꼴사나운 정도를 떠나서 부끄러울 정도다.
커티스는 송강호를 미친 뽕쟁이로 보고, 송강호는 커티스를 권력에 눈먼놈 정도로만 본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양비론 보다는, 커티스쪽에 점수를 더 주련다.
5.
다시 대테러 라이브..아니 더 테러 라이브로 돌아와서..
앞으론 대테러 라이브로 쓰련다...대테러가 더 익숙하니까..
영화는 거대권력과 박노규의 싸움을 그린다.
하정우는 우리다. 하정우는 권력쪽에 섰다가도 박노규쪽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자가 되거나 박노규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간은 없다.
멋진 하정우는 사실상 초라한 박노규임이 드러난다.
우리 중 대부분은 권력의 정점에 설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이건희 아들이 아닌한)
권력과 박노규 사이에서,
그사이에서 적당히 불의에 눈감고 적당히 정의로운 일을 하면서
우아하게 사는 이경영이 혹은 하정우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 인간상이 성공하면 이경영이고 실패하면 하정우다. 뭐가 되든 멋은 굉장히 있다.
이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도 마찬가지이다. 넘버원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노예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러나 이병헌의 본질은 결국 노예다.
이미 달콤한 인생에서 드러났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하정우의 본질은 결국 박노규라는 것이다.
6.
박노규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
이름도 심상찮다. 저 이름을 듣자마자, 잘 알지도 못하는 저항시인 박노해가 생각났다.
(새천년NHK 단란주점에서 386들이랑 함께 언니들 끼고 놀고 계셨다던 바로 그 분... )
어쨌든 박노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있다.
그런 박노해랑 이름 한 글자 다른 박노규.
평범한 얼굴의 박노규.
유식한 말로는...서브알턴..서브알턴이 뭔지는 글쓴이도 잘은 모르니 각자 검색..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노규는 '노동자의 절규'를 뜻하지 않나 싶다.
(박노규나 박노규 아들이나 어차피 같은 존재다.)
7.
아무튼 이름만 우파스러운 이 좌빨영화는,
G20 세계정상회의도 까고,
최근 문제되는 공사현장에서의 산재사망도 까고(사실 상시 존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깐다.
이렇게 펄떡거리는 현재 한국의 이야기들을,
아주 급진적인 방향에서 문제제기한다는 점에서...!
열차폭파하고 뛰어나가자 근데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을 하는 설국열차보단,
우리가 일상적으로 피해보는 부조리, 반대로 우리가 갑의 입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하는 부조리들이 쌓여서 우리 머리의 핏값으로 돌아오는 소름끼치는 테러현장을 보여주는, 대테러작전 라이브가 더 재밌다는 결론.
하정우를 통해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우리, 기생하는 인간들의 죄악'을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이 테러다.
8.
마지막에 무너지는 국회를 보며
'아니 대통령이랑 국회랑 뭔상관이여..
커티스가 깨시민이고 송강호가 노동당이면 하정우는 안빠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ㅋ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