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3일 수요일

'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 영화 '시티 홀(City Hall, 1996, 해롤드 베커)' 리뷰와 함께


인간의 육체는 약하다.
그러나 그 인간의 정신은 하늘높이까지 뻗어있다. 
그렇기에 우리들 중 상당수는 '영원한 삶'을 꿈꾸며, 
어찌되었든, 
현재 여건에서는 불가능해보일지라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늘 소망한다. 

인간의 몸은 땅에 매여있지만, 우리는 늘 하늘을 날기를 원하고 또 물 위를 걷기를 원한다. 
그것이 인간문명이 발전해왔던 방식이며, 
우리가 멸망하지 않는한 이러한 삶은 계속 될 것이다. 


===========

영화 '시티 홀'은 미국 뉴욕 시를 배경으로, 시장과 그의 오른팔, 그리고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 마피아의 조카가 뒷거래에 의하여서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그 자의 총을 맞고 한 경찰관이 사망하였고, 등교중인 꼬마아이가 사망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상부에서 벌어진 모종의 뒷거래로 인하여 범죄의 씨앗이 잉태되었고, 그결과 이 사회에서 가장 정의롭고 열정적인 경찰관 한 명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가장 순수하고, 또 가능성이 넘치는 꼬마가 죽었다.

이것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일 수도 있고, 하나의 상징일 수도 있다.

뉴욕 시장인 존 파파스(알 파치노)는 꼬마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열정적으로 추도사를 내뱉는다. 파파스는 오른팔(존 쿠삭)의 롤모델이다. 선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치밀하고, 동시에 유능한 지역 정치인이다. 그는 곧 뉴욕 시장을 넘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는, 사기캐릭에 가까운 인물이다.

주정부는 희생자인 경찰관이 어떠한 '부패'에 연관되어 마피아보스의 조카와 연관되어 있다는 음모를 꾸민다. 일종의 '물타기'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오른팔과 한 변호사가 의심스러운 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영화의 단초가 된 총기사건은 '우연한 사고'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권사업을 통하여 지역의 표심을 얻고자하는 지역정치인의 욕심과, 무수한 '정치적 거래'를 통하여 부패에 무감각해진 파파스 시장이 원인이다. 

파파스가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마피아 조카의 가석방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여기에는 시장뿐만이 아니라 주 대법관, 유력 정치인, 마피아 보스, 교도소 직원들이 모두 연루되었다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선한 의지를 가진 파파스였지만 '정치적 거래'가 계속 되는 동안 어느 순간 보니 자신이 정한 '선'을 넘었고, 그것을 깨달아버렸지만 돌아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른팔은, 계속해서 파파스의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파파스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시켰을 것이고, 파파스를 대선에서 당선시켰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른팔은 파파스의 '이너 서클'에 포함되어, 대선후보나 대법관, 유력 정치인들과 놀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오른팔이 새내기 정치인으로 시작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정치인은 꿈꾸는 사람이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다.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개 '거래'가 수반되기에 처음이 '꿈'을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그렇다고 정치와 정치인의 본래 목적을 포기해서는 아니 된다.

오늘 우리 한국사회에는 어떠한 종류의 꿈이 필요할까?
길고 지루한 과정이 되겠지만, 먼저 정부와 회사/정치인간의 기존의 거래구조를 전적으로 바꾸는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근본적인 차원에서 안전관리/재난예방대책을 재수립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자유로운 토론과 전문가의 의견이고, 당파적인 차원을 넘어서 우리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정치가 행해지길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정치인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원하는가?
우리 국민은 결코 '미개'하지 않으며, 
우리들의 가슴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꿈이 있다. 이 소박한 꿈은 우리의 가정과 지역사회와 나라를 지켜온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서울신문


인간의 육체는 약하지만, 인간의 정신과 이상은 언제나 현실 이상의 것을 꿈꾼다.
우리는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물 속에서는 1분도 호흡할 수 없지만,
오늘 젊은이들과 동생들의 아픔과 죽음을 기억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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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6일 목요일

또 하나의 가족과, 제가 아는 가족들의 이야기


"시민동지여러분! 이 자리를 지킵시다!"

영화 '변호인'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로 기억합니다. '변호인'을 보고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변호인'은 그 시대를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선배세대의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엔 송우석 변호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였음을 보여줍니다.

2014. 2. 6. 오늘, 드디어 '또 하나의 약속'이 정식 개봉했습니다!

'변호인'이 우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자 시대의 성장과정을 담은 이야기라면, '또 하나의 약속'은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시대가 어떻게 성장해갈 것인지를 예언하는 영화입니다. 글의 서두를 굳이 '변호인'으로 시작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두 이야기는 각각 한 시대가 '잃어버린' 혹은 '외면하고싶은' 어떤 사실들을 노래합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가 '가장 약한자들' '가장 순수한자들'을 희생시켜왔다는 사실이며, 한편으로는 힘을 가진자가 항의하는 목소리들을 억눌러왔다는 사실이며,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는 뭉치고 뭉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로스쿨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11년 7월 여름실무수습과정을 통하여 이 문제를 직접 접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을 통하여 보아왔던 사실들과, 직접 겪었던 3주간의 수습과 현재 직접 보고 듣는 이야기들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이것이 정말 21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대하여도 되는 것인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가 겪은 사실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분명히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지금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계속하여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에 때로는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복잡했습니다. 쟁점도 복잡하였습니다. 정의는 혼란스러웠고, 싸움의 역사는 길었고, 등장인물도 많았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까지 이야기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여러차례 이 문제를 글로 정리하려고 하였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은 그 까닭입니다.

다행히, 이번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하였습니다.
홍리경 감독과 류승진 님,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공들인 영화 '탐욕의 제국'도 제작되었습니다.
정말 알기 쉽게 사건을 소개한 만화, 김수박 작가와 김성희 작가의 '사람냄새'와 '먼지없는 방'도 출간되었습니다.
희정작가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밀착취재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박일환 님이 쓴 '삼성반도체와 백혈병'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저보다 알기 쉽게 설명한 매체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그런지, 전 만화책을 강추합니다.ㅎㅎ

여하튼 영화를 본 김에, 제가 겪었던 일들과, 저의 감상을 정리..하고자 했지만, 오늘은 본
론을 쓰기에 앞서 자잘한 사실들을 먼저 정리하고자 합니다(글을 길게쓸 엄두가 안 남)



- 아버님은 사투리 억양이 강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약간은 생소한 단어를 자주 쓰시진 않습니다.

- 아버님은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밝은 분이십니다. 아버님이 우시는 장면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생소했습니다.

-속초집 내부와 외관은 정말 비슷한 것 같습니다.

- '노무사'님은 충청도 말투에 가깝습니다. 훠얼씬 말이 느립니다. 중요한 얘기할때는 빨라집니다.

-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반올림에는 노동자 건강권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활동해온 푸근하면서도 까칠한 형 누나들이 정말 많이 계셨고, 그분들은 저를 정말 많이 갈구고 놀렸지만, 대체적으로 친절하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습니다(ㅋ).

- '사무실'은 영화보다 훨~씬 좁았습니다. 경기도 민주노총본부 한쪽 귀퉁이방에서, 다른 노무사 한 분과 겸방을 했고, 옆방에는 회의실로 쓰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 전반적으로, 영화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다소 정보량이 많을 수 있겠다는 느낌. 그리고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100의 긴장감을 갖고 보게해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까 진이 빠지더군요.

- 영화에 나오는 환경컨설팅 회사는 'Environ(인바이런)'이라는 회사로, 공단의 1심 일부패소 이후 삼성공장이 유해하지 않다는 자체조사결과 발표 이후에 항소심에서도 그 발표자료가 증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중간에 농성장면이 살짝 나오는데, 1심 일부승소 판결 이후 항소포기를 위해서 근로복지공단 점거농성을 한 것입니다(2011. 7.경). 인테리어나 조명 등이 정말 소름끼치게 비슷해서 깜짝놀랐습니다.

- 고 황유미 씨의 사수(맞선배)였다는 '숙x'언니라는 분도 결국 돌아가셨고, 황유미 씨와 함께 1심 승소했습니다.

- 고 박지연 씨의 모델인, 초반에 잠깐 등장하였다가 사망한 여성분은, 87년 생이었고, 생존자 중 최초로 반올림 제보자였으며, 박 씨의 제보 이후 영화속에 등장한 생존자 남성(송창호 님)과 여성(김옥이 님)이 원고로 합류하게 됩니다. 박지연 씨는 2011년 4월달에 사망하였고, 영화에 소개된 바와 같이 사망전후의 여러가지 사정상 거액의 합의금을 받고 소를 취하합니다.

- 황상기 님 외의 원고들, 특히 여성 원고 2분에 대한 묘사는, 음, 영화보면서 정말 깜짝놀랐습니다.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당사자들은 아마 더 놀라지않을까 싶습니다.

- 황상기 님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영화속에서의 모습보다 더, 당당하고, 씩씩하고, 웃음많은 분들입니다(^^...)

- 영화의 또다른 한 축으로 보이는, 이경영 씨를 비롯한 엔지니어 팀의 이야기 또한 실화입니다. 어떤 엔지니어 팀의 팀장부터 말단 팀원까지 대부분이 희귀병에 걸려서 사망하거나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반올림에 제보된 바 있습니다.

- 원고측 증인이 피고측 증인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었지만, 증언을 약속한 원고측 증인이 사라지는 일은 있었습니다. 그분은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요? 또 원고측이 그토록 세우고자했던 '전문가 증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장 백도명 교수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증언대에 서지 못하였습니다.

-영화적 장치였던 '결정적인 증언'을 통한 '승소'는, 실제 재판에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증언대에 서서 유리하게 증언해주었던 원고측 증인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는 한 줄만으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어린이집 다니는 원고'가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 개인적으론 '어린이집 다니는 원고' 정애정 님이 영화속에서 보다 충실히 다뤄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낭랑하게 말하다가 쌍욕이 나오는 대목에선 다들 빵터지죠. 고 황민웅 님과 정애정 님은 반도체 공장에서 사내연애를 통하여 결혼까지하고 현재 두 아들이 있습니다. 정애정 님이 반올림에 합류한 덕에 반도체 공장내부의 사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고, 또 좌중을 휘어잡는 입담으로 언제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셨기 때문이죠...

- 반올림은 애당초에 '대책회의'형식으로 출범했고, 활동가, 피해자, 새로 결합한 활동가 등이 반올림의 이름으로 뭉쳤습니다. 현장활동에 경험이 풍부한 노동 활동가부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의사들, 학생들, 법조인들, 언론인들, 예술인들, 그리고 가끔 저처럼 어딘가 어리버리한 학생들, 연구자들, 저와달리 빠릿빠릿한 자원활동가들 등등. 그런 사람들이 조약돌처럼 힘을 보태서, 누구 한 명 빠져서는 절대로 지금의 모습이 나올 수 없는, 지금 그 모습이 정겨운 가족같은 반올림의 모습입니다.
















2014년 1월 6일 월요일

노동법 제정과 전진한의 역할


전진한 의원의 사진

1.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여러가지 우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회사 인터넷 망을 통하여 KISS, DBPIA 등이 접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회보장법학회에 실린 글들을 다운받아서 막 읽은 글이, '이흥재' 교수님이 '전진한' 의원을 소개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에 실린 전의원의 일생이 나름 흥미로웠기에 전의원에 대해서 검색해보았고, 그러다가 이흥재 교수님이 이 책을 쓴 것을 알게 되었다.


2.
이 책은 법서답지않게,
이흥재 교수가 1954년 어린시절에 전의원을 유세장에서 본 일화로 시작하여,
전진한의 죽음과 사상에 대한 소개로 끝이 난다.


3.
제헌헌법에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이 제정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 배경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소개된 바 없다.
이러한 논의가 가능했던 의미는, 해방당시 공장의 대부분이 '적산' 즉 일제가 남겨놓고 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에 우리나라의 공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공업 못지않게 중요하였던 농업에서는 '유상몰수 유상분배'가 대원칙이었고, 공업이나 각종 육체노동의 경우에는 '이익균점'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당시의 화두였다.


4.
이 책은 또한 노동4법- 노조법, 노동쟁의조정법, 노동위원회법, 근로기준법의 제정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되었던 부분 및 노동계의원들과 기업가출신의원들의 주요발언을 소개한다.
(지금은 법체계가 달라져서, 노동쟁의조정법의 내용 대부분이 노조법으로 들어와있다)

하이라이트만 소개하면,
- 전국적 파업 즉 이른바 '총파업'을 금지해야하는지? 금지해선 안 된다는 결론.
- 노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하는 것이 가능한지? 63년 개헌 이전까지는 가능하다는게 우리법의 태도였다. 노조설립목적에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향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향상에 대한 기재가 되어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함.
- 이른바 '파업권'은 단체행동의 자유에 포함되는지? 당연히 포함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재차 이를 강조함.
- 노동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쟁- 공익위원을 둘것인가 말것인가?
- 근로기준법을 전쟁당시(1953년)에 굳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실효성 없는 법을 제정하면 사용자들만 범법자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 성년여성의 야간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가?

숨가쁘게 거듭되는 논쟁을 읽다보면, 어느새 책은 끝나있다.



5.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흥재 교수도 지적하고있거니와, 주로 사용자측의 대변인으로 나온 태완선, 김지태 의원 또한 나름 합리성을 갖고 토론에 임한다는 것이다. 당파적 이익을 떠나서, 헌법정신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이 강하게 그 조항을 옹호하기도 한다. '거수기'역할만 하는 현재의 정부여당과는 완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대한노총'이 어떤 조직인지 '조방쟁의'가 무엇인지 '전진한'의원은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는지 추가적으로 연구하고픈 생각이 든다.



6.
지난 2년간 한국의 근현대사, 특히 사회변혁을 꿈꿨던 거인들의 발자취를 쫓아 나름 학습을 해왔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선배들은 대단했다.

















2014년 1월 3일 금요일

작년회고 및 새해다짐

2013년 한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1월에는 변호사 시험을 보았고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2월부터는 변호사시험 결과발표를 기다리며, 서초동에 막 문을 연 '오픈넷'이라는 ngo에서 파트타임 활동가로 일하였다(주3일)- 주로 인터넷상 저작권,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하여 활동을.의원실 방문도 하고, 국회내부토론회 개최도 하고, 아청법 관련하여 시민들을 조직하고 활동을 전개하는 법을 배웠다.
4월에 변호사시험 발표가 났다.
5월에는 가까이 계신 분이, 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던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3일상을 온전히 지키지도 못하고 논산 육군훈련소에 갔다.
6월에는 훈련소에서 돌아왔고 잠시 휴식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공익법무관 교육을 받았다.
(법무연수원 교육 중 공익인권판례비평대회 편집위원 모집/ 열독모임 홍보 등을 하였고 그것이 결실을 맺어 편집위원들과 함께 글을 편집중이다.)
(인홍의 제안으로 온라인 법률상담- 사법서비스접근권, 그외 전문의견의 저렴한 배포와 관련된 사업에 관하여 구상..)
7월에는 조금 쉴 수 있을줄 알았는데, 법무부에서 법무관들을 미리 나와서 수습을 시키라는 공문을 보낸탓에 열흘정도 일찍 일을 시작했다.
8월부터는 일을 정식으로 시작하면서, 국가배상/부당이득/보훈소송을 지휘/수행중이다.
9월부터는 업무가 적응되면서, 시간을 활용하며 민사집행법/보전소송 등을 공부했다. 영어공부나 일본어공부도 시작했다.
10월 경에 결혼날짜를 잡은 것 같다.


- 간간이 산업재해문제나, 노동법 공부도 하고, 법학과 관련없는 책들도 꽤 읽었지만,
- 변호사시험이 끝난 직후의 긴장감이 1년내내 해소되지 않아 마음에 가는대로 법서를 사고, 손에 집히는대로 책을 읽었다.
- 긴장감과 강박감으로 가득찬 한 해였다.
- 근로기준법 주해 1, 2, 3, 노동조합법, 노동특수이론/업무상재해소송, 로스쿨민법의 맥 등 법서를 잔뜩 사놓은 상태이다.



새해계획
1. 노동법 관련서적 탐독 및 판례연구
2. 산재법 및 사회보장법 연구
3. 세법공부
4. 건강유지
5. 2013년에 읽은 책 서평쓰기(김대중내란음모/ 노동법제정과전진한의역할)

* 기대되는 신혼생활 ㅋ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지역차별, 계급투쟁, 남북문제, 민주화, 경제발전, 젠더문제 등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시대의 모든 논의에서 흔들리지않는 전제는, 인간은 모두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흔드는 모든 시도에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한다. 민주주의는 이 관점에서 출발한다. 모든 개인은 스스로의 주인이며, 국가는 그러한 개인의 총합이다. 우리의-개인들의 편의상 권력기구가 필요한 것이며, 그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될 경우 부패하기마련이므로 권력은 쪼개놓는 것이 좋다. 민주주의는 독재를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고 전쟁을 반대한다.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다수가 정한대로 입법이 되므로, 그 과정에서 상대적인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가지지 못한자, 여성, 소수인종, 장애인 기타 약자들이 다수의 의견이라는 미명하에 희생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모든 개인의 존엄함을 기초로 삼는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독재를 통하여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은 다양하다. 민주화인사, 통일인사, 노동계인사, 여성들, 호남인들, 가지지 못한자들, 장애인들... 그 당시 권력은 집중되어 있었고, 국가의 주인은 한 명이었다. 유신은 권력을 1인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 대통령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하며, 대통령은 국회와 사법부까지 통제한다. 강조하지만, 독재를 통하여 피해를 입는 양상은 다양하였으나, 독재가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하나이다. 그것은 선명한 폭력이다.

2013년도에, 굳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김대중은 민주화인사로 꼽히며, 호남출신이고, 남성이며, 남북평화공존이 가능함을 주장하였으며, IMF이후 신자유주의개혁을 하였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굳이 김대중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은, 이 세상의 어느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존재하여왔던 ‘김대중’이라는 자연인을 말살하기 위하여 누군가 꾸민 기획이 아니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김대중과 박정희가 맞붙었던 71년 대선에 있으며, 박정희의 10월 유신 및 그 이후의 폭압적인 군부통치, 이후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12.12. 유신 친위쿠데타로 이어진다. 전두환 일당의 친위쿠데타 이후에도 꺼지지 않던 국민의 민주화열망을 말살하기 위한 기획이 바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이다. 광주와 김대중은 하나였다. 상징적으로 하나였던 것 뿐만 아니라, 80년과 81년의 폭압적인 물리적인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냈다는 의미에서 하나였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다시 보는 이유는, 어느 하나의 관점을 옹호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독재권력이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끌려온 당사자들은 다양했다. 정치인, 종교인, 대학교수, 언론인, 법조인, 학생, 문인... 이들중 상당수는 서로 아는 사람들이었고 상당수는 처음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국가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냈다. 그리고 같은 폭력을 가했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가하였고, 거짓말을 강요하였다. 그리고 동지를 배신하라고 강요하였다. 인간의 존엄을 부인한 것이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 글을 몇번이고 써내려갔지만, 책내용이 도저히 요약되지 않는다. 고문은 진실로 비참했다. 고문은 동지를 배신하게 만들고,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으로 둔갑시킨다. 육체의 파괴일뿐더러 정신의 파괴이다. 인간성이 박탈되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수백명의 사람이 죽었다. 더 이상의 의미부여는 내가 감당이 안 되니....


-이문영 (당시 고려대 교수): 50-52

돌이켜볼 때에, 지난 세기말 많은 구체제들이 무너지고 경쟁적 정당이 집권했다. 바웬사의 폴란드....중략.....(우리는) 왜 이렇게 늦었고 왜 정부는 약한가? 정부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기에 약한 정부를 만든 책임을 한두 사람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중략...다만 여기에서는 5.17 전후의 상황이 이런 약체정부를 어떻게 잉태했었는가를 다음 몇가지로 검출해 보고자 한다.

1. 80 4 14일에 해위(아웅주-윤보선을 가리킴)는 그를 찾은 박영숙(안병무 부인), 이종옥(이해동 부인), 김석중(내 아내- 아웅주-이상 안병무 이해동은 목사임)에게 어느 미국서 온 사람의 말이라 하며 두 사람 중 한 사람 - 후광을 두고 하는 말(아웅주-후광은 김대중을 가리킴)-은 사상이 나쁘니까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5 16일 양 김씨 공동선언의 기초작업에 후광 측으로 참가했더 나는, 거산(아웅주- 김영삼을 가리킴)이 전두환에게 중정부장 서리 겸직을 사임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나다를까 해위는 전두환이 정권을 잡자마자 곧 변절했다. 그는 우리가 교도소에 있을 때 그를 방문한 이해동 부인과 내 아내 앞에서 텔레비전에 비치는 전두환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사람이 악하지는 않게 생겼죠"라고 말했다.
                               
2. 정치가들의 생각이 이 정도인데, 정치가들에게 비판적이어야 할 언론인이 정치가들보다 더욱 고루하다는 것을 확인한 곳이 바로 4 25일의 관훈클럽 토론장이었다. 나는 이 토론 참석 이후 왜 십계명에 증거없이 이웃을 비방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독재체제 밑에서 시달렸던 유대인들이 바로 이 터무니없는 비방에 시달렸을 것이 자명하다. 후광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고 이것만으로 안 되니까 전라도 사람으로 매도했던 것이다.

3. 학계는 어떠했나? 기자를 길러내는 대학의 총장이나 총장을 지낸 사람들은 어떠했나? 자기 밑의 학장을 시켜 나의 복직조건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저울질했던 고려대 총장은 피흘린 정권의 초대 총리가 되었다. 이 총장이 학계에만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예언한 헌법학자 유진오는 피 흘린 정권의 국정자문위원이 되었다. 뭔가 이 두 사람이 이상하다고 마음에 걸려 일기에 적어놨더니 과연 내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각각 제 길로 가고들 말았다.


- 송건호 (언론인)

59: 1979년도 저물어가게 되었다. 해마다 10월만 되면 10.24 기념행사가 있다. 이 해도 10.24 기념 행사를 가졌는데, 지금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는 것은 '박정희 이후의 시대'에 대한 정세평가를 한 점이다. 물론 그때 박 정권은 엄존해 있었고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전에 비해 더욱 '단호하게' 힘으로 탄압하고 있었다. 민중의 힘으로 박 정권을 쓰러뜨릴 것 같지는 않았다. 공화당 사람들은 자신만만하기만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이때 해직기자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박 정권 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78: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모진 고문후유증으로 지금의 파긴슨증후군이란 병을 얻게 되었다. 1992년 가을부터 신체에 이상이 생겨 투병중에 있다가 급기야 1997 7월 합병증이 생겨 지금은 말도 못하고 식사는 위에 직접 호스로 투여하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중병으로 투병중이다.


- 예춘호 (국회의원)

85-86: 1980 3월의 학원은 긴급조치로 해직되었던 24명의 교수들과 373명의 학생들이 복직 복교되어 한동안 전례없이 활기를 띠었다...3 27일 조선대 학생들의 데모를 시발로..학생들의 구호는 '학원 내 언론자유 보장' '어용교수 퇴진' '유신잔당 축출' '학생자치회 부활' '학도호국단 해체' '계엄령 해제' '민주화일정 단축' '재단운영 개선' 등을 내세우다가 4월 중순부터 병영집체훈련의 폐지를 새로운 쟁점으로 내걸고 교내 데모 양상에서 교외로 번지며 점차 과격해지고 있었다.

4월 한 달 내내 전국에 걸쳐 격렬하던 교내시위가...5 1일 동국대와 충남대가 거리로 뛰쳐나와...시국문제를 내걸게 되었고 가두시위로 바뀌었다. 2일에 고려대와 서울대가 교내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고 전북대는 중심가에서 경찰과 충돌하여...이때부터 노동3권 보장, 부정축재물 환수, 언론계 각성 등의 구호를 외쳐 주목을 끌었다.

학생들은 교내시위를 통해 정부에 계엄해제와 조속한 국회 주도의 개헌 등을 촉구하면서 9일에 전국 23개 대학 총학생회장회의를 열어 당분간 시류를 관망...그러나 13일 고려대에서 서울시내 27개 대학 대표회의를 열어 14일부터 일제히 가두시위를 벌일 것을 결의했고...전국적인 격렬한 데모는 16일까지 연3일동안 이어졌고....16일 전국 55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화여대에서 장장 20여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과격시위가 정부에 어떤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17일부터 정상수업을 받기로 원칙을 세우는 등 학생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위해 철야토의를 했다.








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버틀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길"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최근에 읽은 사회과학 서적중에서 이 책보다 표지가 이쁜 책을 보지 못했다.

- 저자: 버틀란드 러셀이다,
한국에는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
그외 원래는 수학자 철학가 지성인등등..이었다는데. 내가 알게뭐냐.

그는.....사단! 적그리스도! 마귀!....라기보다는, 19세기후반 20세기초 기독교가 맹위를 떨치던 영국에서, 나름 지성인노릇하려면 주류에 반대좀 해줘야했을테니. 원래 지성인이란 그런거지..
그가 무신론자라는건, 여기서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 그냥 그랬다 치고 넘어가자.


- 예상되는 독자: 191x년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쓰는 사회주의 입문서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맑시즘 입문서는 당연히 아니고, 칼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부터 칼맑스의 사상,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생디칼리즘(조합주의), 그리고 본인이 주창하는 사상까지 당대 사상의 흐름을 아주 쉽~~~게 정리해서 쓴 글.


-주요내용
전반부는 지금까지의 사회주의 사상사를 정말 쉽게 정리. 핵심이 뭔지.
후반부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하는지에 대한 전망.

지금까지 맑시즘을 소개하는 책을 몇권 읽었지만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자본론 요약서 등) 이렇게 쉽게 맑시즘이 이해시키다니. 역시 영국인들은 어려운내용을 쉽게 잘 쓴다. (반면 프랑스철학은 쉬운내용도 어렵게 설명하고, 독일책들은 별것도 아닌것도 개념화시킨다)
괜히 영미가 세계를 제패했던게 아니다...

그외...무정부주의는 어느 지점에서 한계에 부딫히는지.
그리고 조합주의에 대한 소개 등등도 매우 흥미롭다.
사실 요즘 막연하게 생각했던건, 강력하고 넓은 산별노조(+지역별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는데..


후반부.
사실 백년전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논한 것이었기에 ..
게다가 이 책이 쓰여질 당시는 막 1차세계대전 중이었기에.
지금 이 책이 제시한 전망들을 굳이 평가하는건 별 의미가 없을성싶다. 귀찮기도 하고.

다만..  당대의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생산력이 보다 증가하면 노동자들이 일을 덜 하게 되는 사회가 올거고 그러면 그 잉여가치를 어쩌구저쩌구.. 보다 합리적으로 생산을 조절하면.. 식의 논의가 흥미로울따름이다. 이 당시에는 이런 전망이 역시 유행했나보다.

아울러 흥미로운점은..범죄나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인데.
유물론이 득세하던 시대여서 그런지몰라도, 그냥 '덕성의 문제' '마음의 질병' 대충 그렇게 퉁치고 논증을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 아니 그걸 누가 모르냐...



- 총평
앞서 나왔거니와, 러셀은 과거에대한 고찰과 미래에 대한 예언(혹은 이런 사회를 만들자)을 했고, 그가 제시한 모습들 중 상당수가 이미 우리사회에서 구현되고 있다.
다소 황당한 소리를 한 부분도 있지만..
예언보다는 고찰과정에 보다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닌가싶다.

















2013년 8월 5일 월요일

더 테러 라이브 리뷰- 열차는 설국으로 가든지말든지...



1.
더 테러 라이브에는, 
멋진 타이를 맨 하정우가 나온다.
봐야 한다. 간지폭발이다.
하정우 감상만으로도 영화값은 뽑는다. 



2.
연출, 구도나 연기 등은 논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감상하고 평할만한 안목은 없으므로.
스토리의 짜임새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만 하겠다.



3. 
설국열차는 클리셰들로 가득차있다. 뻔뻔할 정도로. 그래서 중박 이상은 간다.
아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 아 그렇지 그렇지...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자꾸 보게되는 나..

열차는 달리고, 엔진은 쉬면 안 된다, 그리고 환경파괴,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 돌기만 한다....등등
이런 식의 서구적인 설정은 한국인인 나에겐 그닥 와닿지 않는다. 
뭐 서구애들이라면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이런 세계에 반성좀 해야지...근데 한국인인 나는 그닥 와닿지는 않는다.ㅎㅎㅎ
예상할만한 장면들, 그리고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들도 다 예상 안에서 움직인다.


4. 
그럼에도 설국열차에서 논평할 부분은 있다. 인물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깨시민(??) 커티스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계획을 세워 앞으로 나아가고,
뽕쟁이 송강호는, 어디 감방에 쳐박혀있다가 한방꽝 터트려서 열차를 다 때려부수자는 노동당원(?)으로 보인다. 

나는 깨시민이나 뽕쟁이보다는 윌포드 측에 주목했다.
예카테리나 터널에서의 어둠을 이용하는 장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등장한 총(알)
공포스러웠다. 내가 커티스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혁명가..아니 개혁가..뭐가 되었든, 커티스 쪽에서,
혁명의 전술로 아주 어렵게 '하나 둘 셋'을 생각한다면, 
통치자들은 '넷' '다섯' '여섯'... '열'까지를 생각한다는 소리다.
정보력, 더 나은 인적자원, 기술력이 있으니까. 
예카테리나 터널까지야 그렇다쳐도ㅡ 커티스와 친구들이 조금만 더 생각이 있었다면, '총알이 남아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정도는 생각했어야. 뭐 생각해도 대책은 없었겠지만.

남궁민수...아니 송강호는. 송강호는 커티스에 비하면 백배는 더 대책없다. 
이러저러한 목적이 있으니 사람들을 모아서 밖에서 살아보자...라는 계획보다는. 
밖에 눈이 녹고 있잖아? 열차는 살기 힘들잖아? 에라이 터뜨리고 보자!는 식이다.

결과는? 
열차가 탈선하면서 다 죽고 두 아이만 살아남았을수도 있고, 
두 아이 뿐만 아니라 몇몇은 살아남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열차내 기득권층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열차 밖에서도 다시금 계급사회가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영화의 그 장면 직후에 어디에선가 괴한들이 나타나서 아이 둘을 노예로 부려도 이상하지 않은 결말이다. 
혹은 두 아이들이 굶어죽거나해도...

영화의 결말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고.. 
대책없는 혁명이 불러온 '혼란'에 대한 은유라고 본다. 
열차에서 나오긴 했는데, 자유가 주어진 것이 맞냐? 굶어죽을 자유?


*사족으로, 윌포드를 앞에둔 커티스와 송강호의 결투장면은 꼴사나운 정도를 떠나서 부끄러울 정도다. 
커티스는 송강호를 미친 뽕쟁이로 보고, 송강호는 커티스를 권력에 눈먼놈 정도로만 본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양비론 보다는, 커티스쪽에 점수를 더 주련다. 


5. 
다시 대테러 라이브..아니 더 테러 라이브로 돌아와서..
앞으론 대테러 라이브로 쓰련다...대테러가 더 익숙하니까..

영화는 거대권력과 박노규의 싸움을 그린다.
하정우는 우리다. 하정우는 권력쪽에 섰다가도 박노규쪽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자가 되거나 박노규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간은 없다. 

멋진 하정우는 사실상 초라한 박노규임이 드러난다. 
우리 중 대부분은 권력의 정점에 설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이건희 아들이 아닌한)
권력과 박노규 사이에서, 
그사이에서 적당히 불의에 눈감고 적당히 정의로운 일을 하면서
우아하게 사는 이경영이 혹은 하정우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 인간상이 성공하면 이경영이고 실패하면 하정우다. 뭐가 되든 멋은 굉장히 있다. 
이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도 마찬가지이다. 넘버원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노예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러나 이병헌의 본질은 결국 노예다. 
이미 달콤한 인생에서 드러났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하정우의 본질은 결국 박노규라는 것이다.


6.
박노규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
이름도 심상찮다. 저 이름을 듣자마자, 잘 알지도 못하는 저항시인 박노해가 생각났다. 
(새천년NHK 단란주점에서 386들이랑 함께 언니들 끼고 놀고 계셨다던 바로 그 분... )

어쨌든 박노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있다. 
그런 박노해랑 이름 한 글자 다른 박노규. 
평범한 얼굴의 박노규. 
유식한 말로는...서브알턴..서브알턴이 뭔지는 글쓴이도 잘은 모르니 각자 검색..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노규는 '노동자의 절규'를 뜻하지 않나 싶다.
(박노규나 박노규 아들이나 어차피 같은 존재다.)


7. 
아무튼 이름만 우파스러운 이 좌빨영화는, 
G20 세계정상회의도 까고, 
최근 문제되는 공사현장에서의 산재사망도 까고(사실 상시 존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깐다. 

이렇게 펄떡거리는 현재 한국의 이야기들을, 
아주 급진적인 방향에서 문제제기한다는 점에서...!
열차폭파하고 뛰어나가자 근데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을 하는 설국열차보단,
우리가 일상적으로 피해보는 부조리, 반대로 우리가 갑의 입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하는 부조리들이 쌓여서 우리 머리의 핏값으로 돌아오는 소름끼치는 테러현장을 보여주는, 대테러작전 라이브가 더 재밌다는 결론. 

하정우를 통해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우리, 기생하는 인간들의 죄악'을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이 테러다.


8. 
마지막에 무너지는 국회를 보며
'아니 대통령이랑 국회랑 뭔상관이여.. 
커티스가 깨시민이고 송강호가 노동당이면 하정우는 안빠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