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를 읽고 - 도덕적 행위의 가능성과 정치의 본령 : About Mencius
1.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보다는, 도덕적 행동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이 인의예지의 4가지 단서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부단히 갈고 닦아 군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不爲也, 非不能也)
2.
맹자의 생각은 인간의 욕망을 긍정함에서 출발한다.
民은 무항산하면 무항심이다(無恒産 無恒心) - 경제적으로 삶이 어려우면 온전한 삶도 유지할 수 없고 도덕적 행동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지도자가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 탐욕만 취하여 민이 잘못된 길을 걷게 하고, 그것을 이유로 다시 민을 벌주는 것은 임금이 그물을 쳐서 고기(민)를 낚는 것과 다름없다.
인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仁政은 백성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교육을 통해 그들을 군자로 길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3.
임금이 인하지 않고 의에서 멀어지면 그들은 ‘도적’이다. 임금이 아니다.
민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이고, 이들이 天子(고대의 황제)와 그 밑의 大夫를 내렸다. 오늘날로 치면 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도지사를 내렸다. 뽑았다.
임금/대통령이 잘못하면, 민이 갈아 엎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민을 갈아 엎을 수 없다.
4.
최근 군대폭력/군사쿠데타/위안부사건 등에서 가해자의 시선을 조명하는 시도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주로 구조적인 악이 있고, 그러므로 일개인에 대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는 것을 요지로 한다. 이는 특정 상황에서의 도덕적 행동의 가능성을 차단한 시선이다. 달리 말하면 윤리적 허무주의다.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인간이 아닌 동물로만 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국에는 ‘약육강식’에 대한 정당화만 남는다.
우리는 욕망을 긍정하되, 그럼에도 우리는 공동체의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구조적인 악의 개선은 심각한 것이지만, 그 선을 한참 넘어가는 개인의 비행도 분명히 존재한다.
5.
정치에서 민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치는 민이 욕망을 실현하는 장이다. 우리 공동체의 현재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 정치이다. 근본적으로는 ‘재화의 분배’ 곧 경제가 정치고, 민생이 정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정책적 시도나 제도적 개선책이 따르는 것이다.
민의 욕망을 긍정하는 토대에서, 어떤 것을 욕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 혹은 욕망간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설득하는 작업이 바로 ‘정치적 기획’이다.
그래서 욕망과 동떨어진 가치만 추구하는 정치담론은 공허하다. 끝.